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여객기 추락 대참사]김해시청-영안실 유가족들 오열

입력 | 2002-04-16 00:13:00


밤이 깊어갈수록 유가족들의 슬픔은 더욱 깊고 커지기만 했다.

15일 오후 9시경 경남 김해시청 입구.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종합상황실이 마련된 김해시청으로 몰려온 300여명의 사고 희생자 가족들은 생존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하지 못하자 서로 부둥켜안고 바닥에 쓰러져 오열했다.

부모와 고모 이모 등 한꺼번에 7명의 가족을 잃은 강병국씨(29)는 넋이 나간 듯 연신 “아버지”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부산지방법원에서 30년째 법원 경위로 일하다 올해 정년을 맞는 아버지 강종순씨(58)가 가족여행을 계획한 것은 2년 전.

평소 부모님 같던 누나 부부 등 일가족과 함께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 박봉을 쪼개 한 푼 두 푼 모았던 그는 처음으로 누나 부부와 아내 등 일가족 7명과 함께 11일 해외여행에 나섰다. 그렇게 기뻐했던 강씨는 결국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부모와 이모 등 7명을 중국으로 효도여행 보내드렸다가 생존자 명단에서 한사람도 확인하지 못한 백선옥씨(42·경남 진해시 여좌동) 등 자매 5명도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멈추질 못했다.

간경화 등 지병으로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극진한 병간호 덕분에 지난해 가을부터 다소 기력을 회복하자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여행 한번 시켜드리자”며 형제들이 뜻을 모아 여행을 보내드린 것.

사고 현장 입구에 설치된 상황실에도 유족들이 몰려와 생존자 명단을 확인하고 오열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조선족 여성과 5월5일 결혼할 예정인 문주승씨(35·부산 동구 범일동)는 중국 지린성에서 오기로 한 장인 장모가 모두 생존자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한 뒤 “13살이나 어린 신부를 고아로 만들었다”며 망연자실한 채 할 말을 잃었다.

역시 지린성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동포 오영근(31) 박성철씨(31)는 병상에서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생사를 모르는 동료 2명을 애타게 찾았다.

중국에 홀어머니와 아내, 두 딸을 두고 한국에 온 오씨는 “2년간 참치잡이 어선을 타기 위해 왔다”며 “돈을 벌어 집도 사고 아들도 학교에 보내려 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 경북 영주시에서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여행에 나섰던 11쌍의 부부 중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영주 옥대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한 배관주씨(70)의 둘째 아들 집에는 배씨의 손녀 은영양(13)만 혼자 집을 지키며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 은영양은 “칠순을 앞두고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됐다며 기뻐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며 울먹였다.

한편 김해 성모병원 등 시신이 안치된 김해와 부산 일대 병원에는 유가족들이 몰려와 검게 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시신이라도 보여달라며 병원 관계자들에게 매달리기도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