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고 있는 미국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미국 내 13명의 추기경을 로마로 긴급 소집했다고 미 가톨릭 주교회의가 15일 발표했다. 교황청도 23, 24일 이틀간 로마에서 교황이 주재하는 ‘특별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했으나 회담의 목적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교황청 고위 관계자는 교황은 미국 가톨릭 교회의 성적 추문사건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는 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추기경들이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LA타임스도 “‘교황은 이 문제 처리를 미국 주교들에게 맡길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온 뒤 며칠 안돼 추기경들이 긴급 소집된 것은 교황이 아동 성추행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소환되는 추기경 중에는 윌튼 그레고리 주교회의 의장, 윌리엄 페이 주교회의 사무총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담당 관구 성직자들의 수년간에 걸친 성적 학대를 은폐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는 에드워드 이건 뉴욕 대주교, 버나드로 보스턴 추기경도 포함돼 있다.
1월 이후 최소한 17개 주교관구의 성직자 수십명이 성적 학대사건과 관련, 이동되거나 정직됐으며 교황은 이에 대해 “가장 비통한 악의 형태에 굴복한 우리 형제들 일부의 죄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교황청은 추기경들과 합동으로 성명서를 내는 등의 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