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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 슈즈, 일단 신으면 반한다

입력 | 2002-04-16 16:29:00


종이 같이 가벼운 구두? 컴포트 슈즈의 대명사 ‘싸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이 일생 동안 걷는 거리는 24만∼32만㎞. 지구를 6∼8바퀴 돈다는 얘기다. 이 거리를 꽉 조이고 딱딱한 구두를 신고 걷는다면? 그야말로 형극의 길이 된다. 특히 많이 걸어 발톱이 딱딱해지고 뒤꿈치에 굳은 살이 박힌 어른들에게 구두는 무엇보다도 편해야 한다.

싸스구두를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고보실업 윤정건 사장은 자유스럽고 편안한 컴포트 슈즈에 대한 욕구는 발이 작은 장년층에서 체격조건이 좋은 젊은 세대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화의 경우 예전엔 235㎝짜리가 많이 나갔으나 요즘엔 240∼245㎝짜리가 많이 팔리는 것이 그 증거다. 디자인도 앞코가 만두모양으로 생긴 효도화가 인기였으나 최근엔 굽이 있는 정장스타일이 많이 팔린다. 선호 디자인의 변화는 수요층이 젊은 세대까지 확대된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컴포트 슈즈의 편안함에 발맛을 들인 장년층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년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구두매장에서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컴포트 슈즈의 개념을 몰랐어요. 한 할머니가 손녀와 함께 지나다가 멈춰 서서는 ‘여기에도 싸스가 있네. 미국에 갔을 때 며느리가 사 줬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고 한 말에서 성공을 예감했지요.”

싸스 여성용 구두-남성용 구두

싸스구두의 이력도 재미있다. 1976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구두전문 기능공 테리 암스트롱과 루 헤이든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구두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내놓았다. 인디언들이 짐승을 잡아 그 가죽을 이용해 신발을 만들었던 모카신 공법을 사용한다. 한 장의 소가죽으로 발바닥과 발등까지 포근히 감싼 뒤 뒷부분을 꿰매는 수제화의 기법. 밑창은 수백만개의 기포가 들어있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 말 그대로 공기 위를 걷는 기분이다.

수입품이라고 서양인의 신발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동양인들은 볼넓이에 따라 ‘넓은 발’(WIDE)이나 ‘아주 넓은 발’(WIDE/WIDE)을 고르면 된다. 여성화는 16만∼18만원, 남성화는 18만∼28만원. 백화점이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점(02-3445-1027)에서 살 수 있다.

락포트 여성용 구두-남성용 구두

역시 미국제품인 락포트는 제품의 편안함을 알리기 위해 홍보요원들에게 락포트 신발을 신겨 대거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킨 광고로 유명하다. 마라톤을 뛸 만큼 가볍고 편안한 구두로 장시간 걸어도 발에 무리가 없다고 자랑한다. 여성화는 12만∼16만원, 남성화는 10만∼31만원. 전국 백화점에서 살 수 있다.

국산으로는 등산화 전문업체인 트렉스타가 여성불자를 위해 산행용 신발로 내놓은 ‘자비로’가 눈에 띈다. 대부분의 불교신자들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잦은 산행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가벼움과 미끄럼방지에 주력. 천연소가죽을 방수처리. 가격은 6만9000원. 전국 르까프매장에서 판매된다.

국내업체인 트렉스타가 여성용 산행 신발로 내놓은 컴포트 슈즈 '자비로'

컴포트 슈즈를 신을 때 주의할 점. 마약과 같아서 한번 신어 길들여지면 다른 신은 못신는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