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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술이야기]물 술통 등 따라 미묘한 맛차이

입력 | 2002-04-16 16:29:00

글렌피딕


포도주는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정확히 어떤 점이 다른지를 짚어내지 못하는 아마추어라도 ‘달다’ ‘신맛이 강하다’ 정도의 차이는 가려낸다.

위스키에 대해서는 어떨까. 대부분은 ‘부드럽다’ ‘진하다’ 정도로 구분할 뿐이다. 하지만 위스키도 포도주만큼이나 제조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한 가지 원액으로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브랜드별로 마셔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위스키는 원료와 제조법에 따라 크게 △몰트(malt) 위스키 △그레인(grain) 위스키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로 나뉜다.

몰트 위스키는 보리만을 원료로 사용한다.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 밀 등으로 만들며 제조 방법이 몰트 위스키와 조금 다르다. 이 두 가지 술을 적절히 섞어 만든 술이 블렌디드 위스키.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패스포트 등 대중적인 위스키는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보편적인 입맛에 맞춰 개발된 몇 가지 블렌딩 기법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반면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다른 술을 전혀 섞지 않아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어떤 물을 사용하는지, 어떤 술통에서 숙성을 하는지 등 제조 과정의 조그마한 차이가 제각각의 맛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같은 스코틀랜드라고 하더라도 지역마다, 더 나아가 증류소마다 서로 다른 맛의 싱글 몰트 위스키가 나오는 것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 사이의 차이를 가려내는 것은 포도주의 경우처럼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지만 싱글 몰트와 블렌디드 제품의 차이는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몰트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보리를 말릴 때 숯의 일종인 ‘피트’를 땔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피트 연기가 보리에 스며들기 때문에 몰트 위스키에서는 훈제 요리에서처럼 훈향(燻香)이 느껴진다. 이 훈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블렌디드 제품은 블렌딩 과정에서 훈향을 없앤다.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로는 글렌피딕, 발베니, 맥켈란, 글렌모란지, 글렌리벳 등을 꼽을 수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