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FIFA가 다 챙기는 거 아냐?”
2002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이런 불만이 여러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뭔가 해보려하지만 FIFA 규정에 걸려 중단해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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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회사에서 공사현장에 ‘2002 FIFA 월드컵 코리아 저팬’이라는 문구와 함께 월드컵 엠블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경을 담은 대형 걸개그림을 내걸었다가 “당장 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또 한 전자회사는 해외지사에서 월드컵 입장권을 경품으로 내건 판촉행사를 벌이다 역시 FIFA의 항의 서한을 받고 행사를 중단해야 했다.
FIFA의 규정은 정말 까다롭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와 공급업체 계약을 맺은 업체, FIFA가 사용을 허가한 몇몇 기관 그리고 개최 도시 등을 제외하곤 ‘월드컵’이라는 말조차 함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월드컵 로고와 휘장, 트로피 등은 FIFA가 배타적 독점권을 갖고 있어 이를 어기면 당장 소송을 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스포츠 행사에 뭐가 이처럼 까다롭냐”고 항의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애당초 FIFA가 월드컵을 탄생시킨 근거에는 상업성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FIFA 총회에서 세계규모의 축구대회 이름을 ‘월드컵’으로 정한 뒤 유럽에서는 많은 프로팀이 생겨났다. 이에 발맞춰 프로를 인정하지 않는 올림픽과는 달리 월드컵은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를 주축으로 대회 출범이 추진됐던 것이다.
철저한 상업성을 기반으로 출발한 월드컵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의 TV 중계권료만 2조2240억원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탈바꿈했다.
이런 상황에서 FIFA가 자신의 배타적 권리를 타인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그냥 놔둘 리 만무하다. 98프랑스월드컵이 끝나고도 FIFA로부터 수백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FIFA와의 소송에서 지게되면 엄청난 배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월드컵을 상업화하려고 할 때는 FIFA의 규정을 정말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누구나 월드컵을 상업화 할 수 있다면 현대자동차나 한국통신이 2002월드컵 공식업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왜 수백억원을 투자했겠는가.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