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earning)시즌’을 맞아 한국과 미국 증시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 증시는 간판 기업 실적이 나아졌다는 기대감에 연일 오르는 반면 미국에서는 기업 실적이 나빠진다는 불안감 때문에 주가가 내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국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두 나라의 기업 수익은 차이가 커 증시는 당분간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축제기간〓거래소시장에서는 실적발표를 앞둔 대기업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19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16일까지 4일째 38만9000원까지 올랐다. 한전(20일)도 5일째 올라 2만5700원을 나타냈다. 삼성SDI(23일)도 2일째 올라 11만2000원이다.
최성호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당분간 ‘축제기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지만 놀랄 만할 신기록이 발표될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좋아지면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소비와 건설 경기가 회복됐고 올 2·4분기부터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며 성장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며 “구조조정으로 기업 효율성이 높아졌고 금융비용이 떨어지며 기업의 이익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증시는 살얼음판〓미국증시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씨티그룹과 GE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공시하면서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내림세를 계속했다. 나스닥지수는 2.41포인트(0.14%) 내린 1,753.78로 장을 마쳤다. 다우공업지수도 97.15포인트(0.95%) 내린 10,093.67을 나타냈다.
S&P500지수에 소속된 기업 가운데 180개사가 실적을 발표하는 이번 주는 최근 침체 상태에 빠진 미국 증시의 고비가 될 전망.
16일에는 인텔 모토로라 등이, 17일에는 포드 JP모건 등이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S&P500 기업의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한미 증시의 차별화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