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을 대비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군.”
16일 오전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 나타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전날부터 계속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아주 만족스러워 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 발렌시아팀을 맡고 있을 때는 수중전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잔디에 물을 뿌려가며 선수들을 훈련시켰다”며 “오늘은 비가 적당하게 내려 평상시보다 빨리 움직이는 볼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데 더없이 좋은 날씨다”고 말했다.
결국 우기에 시작되는 2002월드컵을 대비한 적응 훈련이었던 이날 훈련은 수중전 상황에서의 슈팅과 드리블, 패스, 몸싸움 등이 모두 녹아 있었다.
골대 양쪽으로 나누어 선 선수들은 두명씩 짝을 지어 반대편에서 빠르게 땅볼로 굴러오는 볼을 서로 몸싸움을 벌이며 달려가 슈팅을 날리는 훈련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종국 더 빨리, 몸싸움때는 손이 아니라 어깨를 써야지. 영표, 한템포 더 빠르게”를 외치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독려했다.
이어 선수들은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서 각자 드리블 연습을 한 뒤 3개조로 나뉘어 수중전에서의 볼감각을 익히는 미니 게임을 벌였다. 히딩크 감독와 박항서 정해성 김현태 코치가 포함돼 3개조로 나뉘어진 선수들은 좁은 공간에서 2명이 볼을 따라다니고 나머지 선수들이 최대한 볼을 빼앗기지 않는 게임을 했다.
이날 오후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회복능력을 테스트했다. 심박수를 통해서 지친상태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 지를 체크한 것. 선수들의 가슴에 심박수를 체크하는 기기를 달게하고 ‘7대7 경기’를 통해 일정시간 뛰고 일정시간 쉬며 심박수 변화를 체크, 개개인의 데이터를 뽑아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에서는 어떤 그라운드 컨디션에서도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평소 어떤 날씨에서든 최상의 대비훈련을 함으로써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해 그 특유의 치밀함을 보여줬다.
대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