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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동양 “희철아 깨어나라”

입력 | 2002-04-16 17:46:00


동양 오리온스는 SK나이츠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대세론’ 속에서 마치 우승이라도 예약한 듯 들떠 있었다. 정규리그 1위의 배경이 된 주전 5명이 건재한 반면 나이츠는 ‘부상병동’에다 용병 1명도 수준이하였기 때문. 하지만 상황은 돌변했다. 16일 현재 동양은 2승3패로 뒤져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역전 우승할 수 있는 절박한 처지에 와있다.

동양은 왜 벼랑 끝으로 몰렸을까. 큰 경기를 처음 치른 데 따른 경험 부족, 센터 페리맨이 버틴 포스트 열세, 신인 가드 김승현의 위기 관리 능력 부재. 안 풀릴 때는 남의 입방아에 오르듯 이런저런 문제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에어본’ 전희철(29·사진)의 침묵이 무엇보다도 뼈아팠다는 지적이다.

당초 전희철은 동양의 사상 첫 정상 등극을 이끌 대들보로 기대를 모았다. 나이츠에서 전희철을 맡을 마땅한 매치업 상대가 없어 마음껏 코트를 휘저을 것으로 본 것.

그러나 전희철은 마치 널이라도 뛰듯 슈팅 난조에 시달리며 심한 기복을 보였다. 평균 16점을 터뜨린 1,3차전에서는 팀에 승리를 안긴 반면 팀이 패한 2,4,5차전에서는 평균 7.3점에 묶였다. 전희철이 정규리그 평균 득점인 14.8점 정도는 해줘야 동양이 이길 수 있는 승리 방정식이라도 생긴 셈.

17일 홈 대구 6차전에서도 전희철이 제몫을 해줘야 동양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전희철이 막혀 힉스가 공격을 독점하면 나이츠로서는 수비가 수월하게 된다. 실제로 챔프전에서 평균 30.4점을 터뜨린 힉스가 30점 이상을 올린 경기에서 동양은 1승3패에 그쳤다.

득점 욕심에 조급하게 슈팅을 던지거나 단조로운 1대1 골밑 공격 대신 속공과 활발한 움직임을 앞세워 공격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전희철의 각오.

2차전에서 허리를 다친 전희철은 진통 주사까지 맞아가며 코트에 나서고 있다. 공격 뿐 아니라 나이츠 서장훈 마틴 조상현을 번갈아 겹수비하면서 체력 부담이 심한 상황.

앞 뒤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전희철은 “지난해 6월부터 고생고생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결코 물러날 수 없다”며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붓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올시즌 대구 홈경기 승률이 71.8%로 높았던 사실도 전희철의 어깨를 조금 가볍게 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