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업체 휴렛팩커드(HP)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곤경에 빠졌다.
지난달 19일 주총에서 컴팩 합병 표결을 승리로 이끈 피오리나 회장은 15일 미 법무부로부터 표결과 관련해 증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도 표결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검찰과 SEC의 이 같은 요구는 합병 여부를 결정한 주총에서 피오리나 회장이 주주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때문.
실리콘밸리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10일 “피오리나 회장이 주총 전에 HP의 최고재무담당자(CFO)인 밥 와이먼과의 전화 통화에서 ‘도이체방크와 노던 트러스트로 하여금 찬성표를 던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상수단(Extraordinary Action)’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특종 보도했다.
이에 대해 피오리나 회장과 와이먼씨는 “‘비상수단’은 이 두 회사를 설득하기 위해 회의를 갖자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피오리나 회장이 말한 ‘비상수단’의 속뜻은 이 두 회사가 반대 표를 던질 경우 향후 이들과의 사업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합병을 반대해 온 HP 상속인 월터 휴렛은 지난달 28일 델라웨어 법원에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어떻게 결말나느냐에 따라 23일부터 시작되는 이 재판에서 합병 연기 또는 무효 결정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