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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阿 修 羅 場(아수라장)

입력 | 2002-04-16 17:57:00


阿 修 羅 場(아수라장)

阿-언덕 아 輪-바퀴 균 廻-돌 회 貧-가난할 빈 蔓-덩굴 만 冥-저승 명

佛敎(불교)가 일찍부터 전래되어 뿌리를 내린 만큼 일상생활 중에는 불교용어가 적잖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阿修羅場이다. 佛家(불가)의 輪廻思想(윤회사상)에 의하면 人間이 죽어 前生의 業(업)에 따라 태어나는 ‘六道’, 즉 여섯 종류의 세계가 있는데 天上, 人間(인간), 地獄(지옥), 餓鬼(아귀), 畜生(축생), 修羅(수라)道라고 했다.

阿修羅는 梵語(범어) ‘asura’의 音譯(음역)이다. 阿素羅(아소라), 阿素洛(아소락), 阿須倫(아수륜)으로도 표기하며 줄여서 ‘修羅’라고 하는데 ‘추악하다’는 뜻이다. 본디 六道 八部衆(팔부중)의 하나로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善神이었으나 후에 하늘과 싸우면서 惡神이 되었다고 한다. 지혜는 있으나 증오심이 가득하여 싸우기를 좋아하므로 싸움신(戰神)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正義(정의)의 상징인 하늘과 싸울 때 하늘이 이기면 풍요와 평화가, 阿修羅가 이기면 貧困(빈곤)과 災殃(재앙)이 온다고 믿었다.

그 勝敗(승패)를 갈라놓는 것은 인간들이다. 곧 善行을 하여 이 세상에 正義가 널리 행해지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지만, 반대로 못된 짓이나 하고 不義가 蔓延(만연)해 있으면 阿修羅의 힘이 세져 하늘이 지게 된다.

그는 전생은 착하지만 욕심이 좀 많았던 바라문이었다. 하루는 수레에 물을 잔뜩 싣고 광야를 돌아다니며 중생에게 布施(보시)를 하던 중 佛塔(불탑)이 불타는 것을 보고 열심히 그 불을 껐다. 그리고는 말했다.

“좋은 일을 했으니 다음에는 욕심의 세계에서 태어나고 싶다.”

좋은 일을 하고도 마음을 고약하게 먹은 결과 그는 죽어서 阿修羅로 태어나고 말았다. 불같은 성격에다 욕심 많고 싸움질 잘 하는 못된 畜生이 되고 만 것이다.

그의 好戰性(호전성)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보면 비슈누 신의 원반에 맞아 많은 피를 흘린 아수라들이 다시 칼과 창, 곤봉으로 공격을 당하여 피에 물든 그들의 시체가 마치 산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우리가 참혹한 현장을 보고 阿修羅場이라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는 지금 또 한 번의 阿修羅場을 목격하고 있다. 이번 중국민항기 사고의 현장은 그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 阿修羅를 물리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노력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가 조난자들의 冥福(명복)을 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