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터집니다”
“내 가족이 보고싶단 말이오. 목포와 괌에서도 항공기 사고가 있었는데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우왕좌왕하는 겁니까.”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당일인 15일에 이어 16일에도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정부의 무성의와 무질서한 업무처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유족은 “만약 비행기에 국회의원 등 유명 인사가 한 명이라도 탔다면 이렇게 홀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해도 너무 한다”고 울부짖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경남 김해시청으로 달려온 유족들은 가족의 생사는 물론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부상자와 사망자가 여러 병원에 분산 수용돼 있으나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병원을 헤매다 지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한꺼번에 외지인이 몰려들면서 김해시내 여관이 동나 김해시청 유가족 대기실에서 쏟아지는 폭우 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스티로폼이 깔린 시청 별관 5층에서 새우잠을 청해야 했다. 끼니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런 현상은 사고 발생 24시간 이상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16일 오전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가족들끼리 대책을 협의했으나 건설교통부 등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형을 잃었다는 전모씨(43)는 “여객기 추락사고가 그저 ‘남의 일’로만 알았던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사고 수습과 보상문제 등을 제대로 알려주고 책임 있게 나서서 중국 측과 협의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자국민 120여명이 숨진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이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의 이런 반발 때문에 김해시가 16일 오전부터 운영하려던 합동분향소 설치도 무산됐다. 유족들은 “시신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인 분향소는 차릴 필요가 없다”며 반대했다.
경북에서 왔다는 한 40대 회사원은 “장대비 속에서 밤을 새워가며 구조와 수습활동을 벌인 관계자들의 노고는 인정한다”며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주기에는 모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