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증권]“강력매수 추천株〓쓰레기株 의미”

입력 | 2002-04-16 18:03:00


“메릴린치의 사전에서 ‘강력 매수(strong buy)’는 ‘쓰레기 주식(a piece of junk)’이라는 뜻이다.”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천 최신호(4월29일자)는 일반투자자에게 왜곡된 투자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이 주고받은 사적인 메일내용을 공개하며 이렇게 꼬집었다.

뉴욕주 검찰이 메릴린치 인터넷리서치팀이 동료나 주요 고객들과 주고받은 3만여건의 e메일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실제 기업 상황과는 동떨어진 투자의견을 상당수 내놓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e메일을 통해 형편없는 주식으로 평가한 종목에 대해서도 매수나 비중확대 등의 투자의견을 버젓이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깡통 종목을 ‘강력 매수’로 추천〓지난해 3월 메릴린치는 애텔시스템사에 대해 단기적으로 중립, 장기적으로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담당 애널리스트가 같은 달 15일 고객과 주고받은 e메일에서는 이 주식에 대해 “펀더멘털이 끔찍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메릴린치는 99년 말 익사이트@홈사에 대해 단기적으로 비중 확대, 장기적으로 매수를 추천했다. 그러나 담당 애널리스트가 동료들과 주고받은 e메일에서는 중립(99년 12월 26일), ‘6개월 전망은 저조(flat)’(99년 12월 27일), ‘정말 쓰레기 주식’(2000년 6월)이라고 밝혔다.

장단기 모두 매수 의견을 냈던 인포스페이스에 대해서는 “이 주식은 깡통(a powder keg)”이라고 단정했다.

이 밖에 메릴린치가 비중 확대나 매수 의견을 제시했던 인터넷캐피털그룹이나 라이프마인더스, 24/7미디어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기에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e메일에서 POS(piece of shit·쓰레기)라고 지적했다.

▽고객기업과 결탁해 투자등급 조정〓메릴린치가 이처럼 왜곡된 투자정보를 제공한 것은 철저히 자사 이익을 위해서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메릴린치가 인터넷기업인 고투닷컴의 주식 등급을 조정한 사례는 투자은행과 고객기업의 ‘검은 유착’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같이 전했다.

메릴린치는 2001년 고투닷컴 유럽 자회사의 신주공모 주간사회사로 선정됐다. 당시 인터넷리서치팀의 애널리스트 커스텐 캠벨은 고투닷컴을 실사한 뒤 “2003년까지 어떤 수익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고투닷컴의 한 간부가 “이런 식이면 메릴린치가 절대 우리 회사의 공모주간사회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투자의견 변경을 요구했다. 메릴린치는 결국 “고투닷컴이 2002년에 수익을 낼 것”이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내놓았고 덕분에 이 회사의 주가는 20%나 상승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이 회사의 두번째 주식공모 유치에 실패하자 즉각 고투닷컴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해 보복했다. 이런 방식으로 인터넷리서치팀의 블로젯은 2000년에만 52건의 거래를 성사시켜 이듬해 1200만달러(약 156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