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확정된 정부의 ‘외환시장 중장기 발전방향’에는 세계 12위 무역대국인 한국이 고작 개도국 수준의 외환시장에 머물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외환위기에서 드러났듯 조그만 외부충격에도 외환시장이 쉽게 흔들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99년과 2001년의 외환시장 자유화조치에서 없애지 못한 △외환규제를 폐지 혹은 간소화하고 △외환시장 내 참여자를 늘려 변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정경제부 김성진(金聖眞) 국제금융심의관은 그러나 “각종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는 대신 은행전산망과 국세청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만큼 탈세나 불법자금 유출 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별 발전방향〓3단계로 이뤄진 발전방안의 목표시한은 2011년.
먼저 7월1일부터 은행간 외환시장에 증권과 보험사의 참여를 허용, 시장을 키우기로 했다. 현재 한국 외환시장 내 하루평균 거래액은 100억달러 수준으로 홍콩의 7분의 1, 싱가포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97년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됐던 증권사의 장외 외환파생금융거래도 7월부터 허용된다. 무역거래시 은행이나 세관에 내야하는 서류도 줄어들거나 소액의 경우 사라진다.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엄격히 규제해온 다국적기업 본지사간 우회자금 상계처리 절차도 간소화된다.
▽해외부동산 매입 자유화〓2단계(2006∼2008년)엔 해외부동산 매입이 전면 자유화된다. 현재는 기업이 업무용 부동산을 사거나, 2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개인이 30만달러 이내의 주택을 살 때만 허용되고 있다. 최근 해외 조기유학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자유화조치는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외국과의 자본거래에 대한 지급증빙서류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5만달러 이상 대외채권을 6개월 내에 받아야 하는’ 대외채권 회수의무를 신고만 하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소속선수를 해외에 임대해준 프로야구 구단은 임대료를 해외구단이 약속한 기일로부터 6개월 내에 받아야 했지만 신고만 하면 이를 연기할 수 있다.
개인과 기업이 해외송금시 한 은행창구를 통해야 하는 지정은행제도 폐지된다.
▽2011년엔 선진국 수준 자유화〓2011년까지 외국환거래법이 아예 폐지되고 외환법이 제정된다. 새 법에는 한국은행 국세청 관세청 등에 외환거래를 통보하는 의무규정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 안전장치만 남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외국환은행이 사라지고 대외채권 회수의무도 완전히 사라진다. 다만 국제투기자본의 외환시장 흔들기를 우려해 원화의 해외반출이나 외국인의 10억원 이상 원화차입 등은 여전히 규제하기로 했다.
김성진 심의관은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 자유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국가별 외환시장 규모 비교  한국 홍콩싱가포르 미국 일본멕시코하루평균거래량(억달러) 100 670 1010 2450 1470 90국내총생산(GDP) 대비(%) 2.2 41.2 109.4 2.6 3.1 1.6하루평균거래량은 2001년 4월, GDP는 2000년 기준.
자료:재정경제부
외환시장 자유화 및 육성정책 주요내용단계 및 시기주요내용1단계(2005년까지)-해외체재비 유학비 송금시 한국은행 확인제 폐지(올 7월)-무역거래 관련 지급증빙서 관세청 제출폐지(올해 7월)-증권 보험사 외환시장 참여허용(올 7월)-자본 1000억원 이상 증권사 장외 외환파생상품거래 허용(올 7월)-비거주자 원화차입 한도, 거주자 해외차입 신고한도 상향조정2단계(2008년까지)-해외 부동산 취득 자유화-해외체재비 등 개인 대외지급 지정은행제 폐지-증권 투신 보험사도 외국환업무 취급허용-대외채권 회수의무 면제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자본거래허가제, 환전업무 등록제를 신고제로 전환3단계(2011년까지)-외국환거래법 폐지하고 외환법 제정-1만달러 이상의 원화 수출제한 폐지, 국제화 유도-외국환업무 취급기관제도 폐지(송금업무 자유화)-대외채권 회수의무 폐지-신규 외국환중개회사 진입허용 및 인가제 폐지(중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