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가 무서운 성장세로 한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올 2월 외국산 담배로는 처음으로 두자릿수 점유율(12.6%)을 차지하며 ‘말버러’의 필립모리스와 ‘마일드세븐’의 JT인터내쇼날을 누르고 한국시장에서 외국산 담배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대표 브랜드인 ‘던힐’은 2000년부터 2년 연속 200%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증가율로, ‘디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2000년 초 30%포인트 안팎에서 작년말 한자릿수(9%포인트)로 좁혔다.
BAT코리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철저한 소비자 조사〓특히 소비재를 취급하는 외국기업들은 소비자 기호 조사에 철저하다. BAT코리아도 마찬가지다.
BAT코리아는 매년 2차례씩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문조사기관에 소비자 기호조사를 의뢰한다. 또 이와 별도로 매월 소비자 브랜드 조사를 벌여 흡연가들이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를 조사한다.
성한욱 마케팅 부장은 “다른 담배회사들도 나름대로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샘플링이나 조사기간 등에서 BAT를 쫓아오지 못한다”며 “철저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고급화와 적정 가격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 마케팅 기법 도입〓외국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영업력 강화를 위해 대리점과 계약을 해 위탁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내 영업을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1995년부터 직영체제를 갖춘 BAT코리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국 내 영업소를 늘려 현재 전국 주요도시에 19개 영업소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5개 정도를 더 세울 계획.
BAT코리아는 또 담배업계 최초로 전화판매와 방문판매 기법을 도입해 재고가 떨어진 소매점에 수시로 제품을 공급하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꾸준한 현지화 전략〓BAT코리아는 외국 담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경남 사천시에 담배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말까지 1단계 공사를 끝내고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 BAT코리아는 이 공장에서 던힐을 위주로 연간 4억갑의 담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생산량 일부를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권대중 상무는 “경영진은 한국에서 사업상 성공을 거두려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영국보다 생산비용이 더 큰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담배 원료가 되는 잎담배도 장기적으로 50% 이상을 한국 농가에서 구입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이미 한국산 잎담배를 섞어 만든 담배를 시험생산하고 있다.
1998년 2월 한국에 부임한 존 테일러 사장도 취임 이후 ‘한국의 경조사는 정(情)을 나누는 자리’라는 걸 알면서부터 직원 경조사를 빠짐없이 챙길 정도로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남다르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