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규제땐 대외 이미지만 나빠져▼
지상파 TV 방송시간의 연장은 시대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지상파를 제외한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등이 모두 시간 제한 없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지상파 방송만 시간을 규제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 굳이 자원절약 등의 구시대적 이유를 방송시간 제한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얼마든지 자원 절약 효과를 보면서도 방송시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정 이후의 방송은 상업광고를 불허하며 방송 내용도 공익적인 것에만 한정시킨다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지상파 방송국들이 무리하게 심야방송을 확대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히 방송시간을 규제한다면 규제만 일삼는 국가라는 인식으로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 규제에서 자율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규제의 끈을 놓고 있지 않는다면 선진국으로의 길은 요원하다. 이번 지상파 방송 연장 허용이 월드컵으로 인한 일시적 조치로 끝나는 미봉책이 된다면 이 또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신구식 서울 용산구 도원동
▼지방선거 과열-과소비 부추길 수도▼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TV 3사에 대해 월드컵 개막 45일 전부터 하루 5시간씩 방송시간을 늘리고, 월드컵 기간이 포함된 5월 31일부터 7월 7일까지는 전일 방송 허용을 결정한 바 있다. 국가적 대사인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전 국민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일말의 이유에 대해 수긍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방송시간 연장과 전일방송 체제를 위한 지상파 TV 3사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재탕방송과 오락이나 개그프로그램, 스포츠 중계로 덧칠할 게 뻔한데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있어야만 한다면 곤혹스러울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 기간이 농촌에서는 농번기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TV 시청에 일꾼들이 매달려 생산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또 지방선거 시기와 일치해 선거과열을 부추기거나 집권 여당에게 선거 프리미엄을 안겨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나아가 전력 소모 절정기와 맞물려 있어 전일 방송 체제가 과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박동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후발방송 전문화까지 연장 자제를▼
지상파 TV 방송시간은 그동안 사회여건이나 필요에 따라 조정되어 왔다. 이번 TV 3사의 방송시간 연장 허용은 월드컵 행사가 주된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옛날과 달리 방송 채널이 다양화되어 있고 신생 채널들이 콘텐츠 전문화를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지상파 TV 방송들이 다분히 상업적 목적으로 방송시간까지 연장한다면 결국 시청자들의 다양한 채널 선택권이 제약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블 TV의 경우 경영 악화로 그동안 많은 채널들이 주인이 바뀌는 등 부침해 왔다. 방송환경이 바뀐 오늘 이 시점에서는 단순한 시장논리에 의거해 지상파 TV 3사에 방송시간 연장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후발 방송 채널들이 자리잡고 전문화될 때까지라도 현 방송시간 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 중계 등의 목적으로 필요할 경우에는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장 방송을 하면 될 것이다.
정인식 부산 금정구 구서2동
▼광고수입 올리려 상업방송 판칠 것▼
지상파 TV 3사는 이전부터 스포츠 중계로 방송시간을 간접적으로 연장해 왔으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낮 방송에 무리한 욕심을 부려 왔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우선 월드컵을 핑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광고수입 올리기에 혈안이 될 것이다. 겉으로는 방송시간 연장의 필요성이 있을지 몰라도 기실은 지상파 방송의 기득권과 우월성을 더욱 견지하면서 방송시간 연장에 따른 광고방송 수입이 늘어날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진정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청자들을 계도하기보다는 광고료 수입에 더 큰 목적을 둘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전파의 낭비와 전력 소모를 유발하게 된다. 월드컵 때는 몰라도 그 외에는 우리 방송사의 현재 능력과 수준으로 보아 대체로 시청자들에게 무익한 방송을 내보낼 것이다. 특히 낮 방송 주시청자인 주부와 노인, 어린이, 연금생활자, 재택 근무자 등과 무관한 저질 재탕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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