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하(愼鏞廈·64)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사단법인 4월회(회장 윤식·尹埴)가 제정한 4·19 문화상 제 3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4월회는 신 교수는 독립운동사 등 근현대사 연구를 통해 민족문제를 파헤치고 구명하는 한편 4·19혁명 정신인 자유 민주 정의를 실천하는데 한평생을 바치신 분 이라고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상식은 17일 오후6시반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1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회관에서 신 교수를 만나 독립운동사 연구과정에 얽힌 일화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및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에 대한 대응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들어봤다. 신 교수는 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의 독립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출범한 백범학술원 원장을 맡고 있다.》
-4·19혁명이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하긴 했지만 ‘미완의 혁명’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19혁명에 직접 참여했던 4·19세대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 때 4·19혁명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4·19혁명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자립적 경제발전, 부정부패 척결, 개방적 민족문화 발전 추구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 지역주의, 대외 굴욕외교, 퇴폐 향락문화 등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4·19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성역 없이 발본색원하고 법치주의를 강화해야 합니다. 지역주의 불식과 자주적 외교노선 확립, 기간산업 해외매각 중지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현대사 연구에 한평생▼
-평생을 독립운동사 등 사회사 연구에 매진하셨는데 민족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근현대사 연구는 분단상황 등 민족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습니다. 19세기에 일본의 침략을 막지 못하는 바람에 일제강점에 의한 식민지로 전락했고 결국 한반도가 분단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다 보니 19세기부터 현대까지 손을 대게 됐습니다.”
▼논문 239편 저서 33권 출간▼
신 교수는 1980년 한국사회사연구회(현 한국사회사학회)를 창립, 회장을 맡아 학회지 50집 발간과 연구발표회 77회 개최에 이어 1986년에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독립운동관련 자료수집을 체계화하는 등 사회사학 분야를 개척했다. 신 교수는 한국사회사 분야의 논문 239편과 ‘일제강점기 한국민족사’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주장 비판’ 등 3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일제강점기의 항일투쟁과 광복, 4·19혁명 과정에서 언론이 했던 역할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민족과 나라가 어려울 때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 고취 등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이 또다시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은 교육정책이 바뀐 데 따른 것입니다. 즉 일본은 한국 등에 대한 침략 범죄행위를 ‘근대화 혜택과 해방 계기 제공’으로 미화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웃나라 침략 역사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학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굴욕외교를 감수하고 있고 일본에서 교육받은 일부 학자들도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일본이 교과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까지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독도문제를 연구해 오셨는데….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하다 보니 독도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한국의 영토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일본은 1905년 처음으로 독도 침탈을 시도한 이후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일본의 영토침탈 야욕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습니다.”
1996년 독도학회를 창립한 데 이어 1997년 독도연구보전협회, 2000년 독도수호전국연대를 만들어 독도에 관한 연구와 수호 활동에 앞장서 온 신 교수는 정부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친일인사 명단을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친일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
“민족정기 확립을 위해 친일문제는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기준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제정했던 ‘반민족행위처벌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가들이 제정을 주도한 이 법은 악질적인 친일행위자를 한정해 처벌토록 했고 그 기준 또한 명확합니다. 오늘에 와서 친일파의 범위를 확대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 국회에서 발표한 친일 명단이 논란이 된 것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선정된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白凡정신 계속 가르칠 것”▼
내년 2월 정년을 맞는 신 교수는 “5년 정도는 더 학생을 가르치고, 백범학술원장으로서 백범학술총서 발간, 학술회의 정례화, 학술지 발간, 초중고생을 상대로 한 민족정신 계몽사업 등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