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군 송추에서 도봉산쪽으로 4.6㎞ 구간의 터널 2개를 뚫기로 되어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 현장에서 스님과 불교 신도들이 몇 달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 시작된 이 농성은 봄꽃이 떨어지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16일에도 계속됐다.수행에 정진해야 할 스님뿐만 아니라 노비구니까지 속세의 농성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문제 때문이다.
이 도로는 수도권의 교통난 해소를 목적으로 건설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 구간으로 왕복 8차로의 터널이 북한산국립공원 내 사패산을 관통하게 되어 있다.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은 이 공사로 북한산 내 회룡사 등 32개 사찰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되고 환경이 훼손된다고 보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아직 개통되지 않은 북부구간(일산∼퇴계원간 36㎞)이 빨리 건설돼야 외곽순환도로가 순환도로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 터널 공법을 택한 것도 환경영향을 최대한 줄이려는 배려이며 노선을 우회할 경우 공사비 증가분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북한산에 사상 유례가 없는 왕복 8차로의 터널이 건설될 경우 수려한 경관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극심한 소음, 대기오염 그리고 지하수위의 하강으로 식생과 동물 서식처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기회비용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관련 정부부처인 건교부와 환경부가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 환경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내 개발 문제를 심의하기 위한 국립공원심의위에 이 사안을 상정하지도 않았다.
개인의 침묵과 정부의 침묵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요 사안에 대한 환경부의 침묵은 국민에 대한 업무상 배임이 될 수도 있다.
정성희기자 사회2부 sc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