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환위기 이후 개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신용등급 A등급을 회복했다.
세계 4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일본의 R&I는 16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고 삼성전자에 통보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함께 A등급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A등급 회복은 지난달 말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개별 기업으로는 처음 있는 일로 향후 국내 우량 대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조정이 기대된다.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오르면 해외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 개선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량 대기업, 신용등급 상승 기대〓삼성전자가 R&I로부터 A등급을 회복한 것은 2년6개 월만의 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당수 국내외 유명 전자업체들이 적자를 낸 가운데서도 2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17일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무디스의 실사를 받게 된다. 무디스는 삼성전자와 57개 해외법인의 실적을 함께 검토한 뒤 한달여 뒤 등급을 발표한다. 삼성전자의 현재 등급은 Baa2다.
교보증권 김영준(金泳埈)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단계가 오른 A3 등급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월초 무디스의 신용평가를 받은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근거로 두 단계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기대하고 있다.
5월초와 5월말에 각각 무디스의 신용평가 실사가 예정돼 있는 포스코와 SK텔레콤도 Baa2에서 Baa1으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달 24일로 실사가 예정된 한국전력도 한 단계 이상의 등급 상향조정이 기대된다.
▽신용등급 오르면 경영여건도 개선〓미국 현지공장 건립 등으로 대규모 해외차입을 추진 중인 현대차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차 IR팀 이종건 과장은 “신용등급이 오르면 해외 차입금리가 0.2%포인트 이상 떨어져 연간 수천만달러의 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도 7월초 만기가 돌아오는 3억달러의 해외채권을 차환발행할 예정인데 신용등급이 오를 경우 연간 1000만달러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강명구 국제금융팀장은 “해외채권 발행 계획이 없어 신용등급이 개선돼도 당장은 비용절감 혜택은 없지만 기업의 대외신인도와 브랜드 파워 향상으로 인한 이미지 개선효과가 적잖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