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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의 말없는 삼형제

입력 | 2002-04-16 18:43: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의 비리연루 의혹이 무성한데도 정작 당사자인 세 아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장남 홍일(弘一)씨는 신병치료차, 3남 홍걸(弘傑)씨는 학업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 있는 차남 홍업(弘業)씨는 외부활동을 일절 중단한 상태이다.

▽홍일씨〓김 의원은 올 1월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간 뒤 UCLA대학 메디컬센터에서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목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얘기이다. 그는 처음에 호텔에 머물렀으나 물리치료가 장기화되면서 방 두개가 딸린 아파트를 월세로 얻어 부인과 함께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복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귀국을 늦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김 의원 자신은 “귀국 못할 이유가 뭐냐”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목포시장 후보경선을 놓고 지구당에서 귀국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귀국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업씨〓이용호(李容湖)씨의 자금이 친구 김성환(金盛煥)씨를 통해 아태재단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 홍업씨는 서울 역삼동 개인사무실을 폐쇄한 채 외부인사와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아태재단에도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은 감옥이다. 나이 50에 직업도 못 갖고, 아태재단도 맡고 싶어 맡은 것이 아니다”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김 대통령으로부터 “김성환이와 돈거래를 했느냐. 아태재단을 맡겨놨더니 회계처리 하나 제대로 못했느냐”고 크게 질책을 들었다는 얘기도 여권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홍걸씨〓홍걸씨는 지난해 겨울방학 때 잠시 귀국했다 출국해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박사과정을 계속하고 있다. 주로 방학 때 입국했던 그에 대해 그동안 “귀국하면 황태자처럼 지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홍걸씨는 최규선씨와 90년대 중반부터 교분이 두터웠던 것이 사실. 그러나 홍걸씨의 한 지인은 “최씨가 접근해 가끔씩 용돈을 준 정도이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 서울지구 병원에 입원했을 때 홍걸씨를 전화로 찾아 심하게 나무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호(李姬鎬) 여사도 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구속된 데 이어 아들들마저 구설수에 오르자 참담한 심경으로 매일 성경의 ‘이사야서’(종말 때 구세주의 이스라엘 구원을 예언한 구약의 예언서)를 읽으며 소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