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기 혹은 질(膣)의 통쾌하고 도발적인 독백.’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원제 The Vagina Monologues)’는 여성의 성(性)에 대한 보고서 같은 드라마다. 11일부터 서울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은 연극인 서주희씨(35). 그는 100분에 걸친 이 무대에서 웃음 분노 슬픔 광기를 분출하며 ‘우리시대의 여성상’을 그려낸다.
“처음에는 여성의 성, 성관계 등을 드러내는 게 민망하고 창피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성문화를 매개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교육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서주희는 여성의 성기를 까발린다. 성을 말하길 부끄럽게 생각하는 노인부터 열살 때 옆집에 사는 아저씨에게 성폭행 당하고 언니에게 동성애를 경험하는 10대 소녀 등으로 분해 ‘문제적 성 담론’을 이야기한다. 현대 여성들의 성형 다이어트 열풍을 통렬히 비판하거나 오르가즘을 느끼는 다양한 신음소리를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 공연을 지켜본 한 50대 부부는 “공연 시작부터 여성의 성기를 여과없이 발언하는 게 낯뜨거웠지만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여성을 솔직히 드러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영화 ‘꽃섬’(감독 송일곤)에서 꿈을 믿는 여행의 길라잡이 옥남 역으로 영화평론가협회에서 주는 신인 연기상을 받았던 서씨는 “로드무비에 저예산 영화, 게다가 겨울이어서 고행의 연속이었지만 어렵게 완성한 작품이라 애정이 많다”며 “앞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작품이면 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은 것처럼 연극도 언젠가 대중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연극은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 예술입니다. 원시성과 문학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매력적이지요. 연극을 ‘나의 전부’로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씨는 요즘 탤런트 예지원 이나영과 함께 현대무용가 안혜순씨로부터 무용을 배우고 있다. 모두 초보들인 관계로 붙여진 이름이 ‘치다(몸부림치다의 준말)팀’.
“한번 강습을 마치고 나면 근육 마디 마디가 아프지만 재미있어요. 배우라면 발음은 물론 몸으로도 표현할 줄 알아야죠. 올 가을에 신체극을 올릴 계획입니다.”
5월19일까지. 화수목 오후 7시반, 금토 오후 4시 7시반, 일 오후 3시 6시(월 공연없음). 1만5000∼2만5000원. 02-516-1501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