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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해독 어떻게]비행자료 서울옮겨 합동분석

입력 | 2002-04-16 18:46:00


항공기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의 블랙박스.

15일 추락한 중국 국제항공공사 소속 여객기의 블랙박스는 다행히도 이날 수거됐다.

정부는 이를 18일 서울로 옮겨 한-중-미 3국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해석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블랙박스는 길이 50㎝, 너비 70㎝, 높이 15㎝ 크기의 형광을 입힌 오렌지색 강철 상자다. 이 상자는 섭씨 1100도에서 30분, 섭씨 260도에서는 10시간까지 견딜 수 있다. 또 블랙박스 무게(11㎏)의 3400배에 해당하는 37.4t의 압력을 견디도록 제작돼 웬만한 충격에는 파손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블랙박스는 상자 일부가 훼손돼 추락 당시 충격이 컸음을 보여줬다.

블랙박스는 2개 장치로 구성돼 있다. 사고 직전 30분간에 걸쳐 조종실 내 대화 및 관제기관과의 교신내용이 수록되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고도, 대기속도, 엔진상황 등 각종 비행정보를 기록하는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이다.

CVR는 누구의 음성이 녹음된 것인지 분별하기 위해 4개 채널로 나눠 기록한다. 훼손되지 않았다면 2, 3시간이면 분석할 수 있다. 만약 보존 상태가 나쁘면 해독까지 최장 두 달 정도 걸릴 수 있다. CVR는 조종사의 판단착오, 관제탑의 통제 미숙, 기체결함 여부 등을 1차적으로 밝히는 데 유용하다.

FDR는 120여개 비행관련 정보가 컴퓨터 자기테이프에 수록돼 있어 분석하려면 복잡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분석기간도 통상 3∼6개월 걸린다. FDR에 기록된 정보가 손상됐다면 분석기간은 더 길어진다.

97년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사고와 99년 대한항공 화물기 상하이 추락사고는 블랙박스의 내용이 파손돼 이를 분석하는 데만 2년 넘게 걸렸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