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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 report]유럽파 자신감 잃지말라

입력 | 2002-04-17 17:27:00


1980년대초 네덜란드 프로팀에서 뛸 때 소속팀과 함께 대통령배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고국에 온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고국에 오니까 흥분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주위환경 때문에 심적 부담감이 아주 컸다. 모든 관심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려 있어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또 고국팬에게 뭔가 보여주여한다는 부담감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다.

상황은 다르지만 16일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유럽파’ 설기현과 안정환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둘은 월드컵 최종엔트리 포함여부 때문에 상당히 큰 마음의 부담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유럽전지훈련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못한데다 소속팀에서도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지켜 히딩크 감독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개인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설기현은 고질적인 허리부상 때문에 훨씬 더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언론은 물론 축구팬도 설기현와 안정환의 평가전 활약상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때 일수록 여유와 자심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설기현과 안정환은 유럽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 실력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유럽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다보니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히딩크 감독이 계속 이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이유도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히딩크 감독은 설기현과 안정환이 이번 대표팀 훈련에 처음부터 합류하지 못한 탓에 훈련 프로그램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때문이라고 지레 짐작하지 말고 히딩크 감독의 요구에 따라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

또 해외파와 국내파는 상황이 엄연히 다르다. 국내파는 대표팀에 대해 요구하는 대로 프로클럽팀이 다해주기 때문에 큰 ‘장애’없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지만 해외파중 특히 유럽파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려는 소속팀 때문에 대표팀 합류가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안정환과 설기현은 소속팀에서도 주전경쟁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데다 대표팀훈련도 참가하지 못하며 최종 엔트리 경쟁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도 이점을 인정하고 이 두 선수에게 적응할 시간을 줘야할 것이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최근 프로 소속팀 훈련과 경기를 중시하는 ‘유럽스타일’을 고집하다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집중훈련하는 ‘코리안 스타일’로 바뀐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유럽식’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될 것이다.

허정무 본보축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