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꼭 데리고 내려간데이….”
17일 오전 경남 김해시 돗대산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을 찾은 300여명의 유족들은 타다 만 비행기 동체가 눈에 들어오자 말을 잇지 못했다.
군데군데 파인 산기슭, 부러진 나무와 비행기 잔해가 널브러진 사고 현장은 흡사 포격을 맞은 고지를 연상케 했다.
사고 발생 사흘째지만 아직도 타다 만 잔해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가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사고 현장에서 유족들은 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침묵을 깨고 유족 중의 누군가가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자 온 산은 삽시간에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유족들은 비에 젖은 땅을 손으로 파헤치며 가족들의 유품과 시신 조각을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김정화씨(27·여)는 구조대원들을 붙잡고 “아버지가 앞쪽에 앉으셨다”며 “앞쪽에 앉으면 어디로 튕겨나갔겠느냐”고 울먹였다.
일부 유족들은 구조대가 타다 만 살점과 뼛조각을 찾을 때마다 주위로 몰려들어 “우리 가족 것 아니냐”며 통곡했다.
진흙 속에서 시계와 목걸이 등이 발견될 때마다 “우리 어머니도 저런 것을 갖고 계셨다. 어머니…어머니…”라고 외치며 차디찬 바닥에 주저앉았다.
몇몇 유족은 슬픔을 애써 이기며 미리 마련해 간 부모님 영정을 땅 위에 놓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연방 “엄마가 꼭 데리고 내려간데이… 이 추운 곳에 어떻게 혼자 놔둘꼬…”라고 중얼거리며 흡사 불도저로 밀어놓은 듯한 사고현장을 허위허위 걷는 할머니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긴가… 저긴가….”
부인 이명숙씨(66)를 잃은 남편 손상무씨(72·부산 동래구 안락2동)는 아내의 좌석번호가 ‘16A’였다며 비행기 동체를 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디쯤 되느냐고 연방 물었다.
2시간여 동안 현장을 헤매던 손씨는 결국 아내의 유품조차 찾을 수 없자 부서진 비행기 잔해에 기댄 채 가져온 술을 허공에 뿌렸다.
“그동안 고마웠데이… 잘 가그라. 내도 곧 가마….”
수색작업 도중 찾은 유품들을 모아 놓은 곳에는 유가족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국 출장길에서 돌아오다 숨진 경북 구미 LG전자 사원 이종천씨(43)의 동생 이임숙씨(38)도 혹시 오빠 물건이 있을까 싶어 깨진 접시며 불탄 옷가지 등을 일일이 헤쳐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허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온 산을 헤매던 유족들은 오후 들어 구조대가 발굴한 시신 조각과 유품들을 다시 발견장소에 늘어놓자 다시 한번 통곡의 눈물을 흘렸다.
“저 찬 땅바닥에 또 놔두다니요….”
한 유가족은 “이제 그만 내려가자”는 친지들의 권유에 “아버지가 아직도 저 산 속에 계신다”며 끝내 주저앉았다.
김해〓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