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부는 일본인 선수의 돌풍이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개막전 등판후 부상의 늪에서 헤매고 있고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5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는 가공할 위력을 보였지만 등판기회를 얻지 못해 2세이브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일본 선수의 활약은 양과 질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던 스즈키 이치로(29)를 필두로 마무리 사사키 가즈히로(34), 중간계투 하세가와 시게토시(34)가 버티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는 일본 돌풍의 진원지다.
이치로는 시즌초 2할대 타율로 잠시 애를 먹었지만 비로 중단된 17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친 것을 비롯해 10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부터 8경기 연속안타를 치며 29타수 13안타(0.448)를 기록, 시즌 타율을 지난해 수준(0.350)인 0.344로 끌어올렸다.
이치로가 살아나자 3승3패에 머물렀던 시애틀은 이후 8연승을 질주하며 116승을 올렸던 지난해에 이은 또 한번의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사키와 하세가와의 활약도 눈이 부실 정도다. 사사키는 7경기에 나가 7이닝 무실점에 1승 3세이브, 하세가와는 6경기에 나가 9이닝 무실점에 2승 1세이브 1홀드를 기록하며 시애틀의 불펜을 철옹성으로 구축했다.
돌아온 노모 히데오(34)가 3선발, 일본에서 갓 건너온 이시이 카즈히사(29)가 4선발을 맡고 있는 LA다저스도 3승이 이들의 몫이었다. 특히 이시이는 데뷔전인 7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6회 2사까지 삼진 11개를 잡으며 2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것을 비롯, 1점도 내주지 않으며 2연승을 구가했다. 노모는 1승2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 2.60으로 투구내용은 빼어난 편.
시애틀과 다저스에 비하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4선발 요시이 마사토(37)와 선발 오카 도모카즈(26)도 3승을 합작했다.
요시이는 1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5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막아 팀의 8-4 승리를 이끌며 시즌 2승째(1패)를 챙겼고 오카는 1승1패에 평균자책 1.59를 기록중이다. 반면 텍사스의 이라부 히데키만 유독 2패에 머무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요즘 일본의 야구팬들은 자국의 프로리그보다는 하루가 지나고 나면 승수와 안타수가 늘어나는 메이저리그를 지켜보는 재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