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코크 총리
빔 코크 총리(62)가 이끄는 네덜란드 내각이 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16일 총사퇴해 국제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으로 보스니아 내전에 참가했던 나라 중 인종 청소와 대학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네덜란드가 처음이다.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은 당시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이 지역에서 남자 성인과 소년 7500여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네덜란드 전쟁기록연구소(NIOD)는 10일 “당시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스레브레니차에 파견됐던 네덜란드군은 준비 부족으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지역이 매우 위험한 곳이었으나 네덜란드 정부는 훈련도 제대로 안된 평화유지군 110명을 파견했고 이들은 결국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만행을 막지 못했다는 것.
보고서가 발표되자 비난 여론과 함께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요구가 비등했었다.
코크 총리는 이날 각료 15명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국제 사회는 익명성 뒤에 있어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지만 나는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스니아 외무부는 “도덕적 행동”이라고 환영했으며 생존자들 모임도 성명을 내고 “진실을 위한 그들의 투쟁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아름다운 사퇴”라고 평가하고 침묵하고 있는 나머지 국가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네덜란드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서유럽 국가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사설에서 “양심에 입각한 이번 사임은 놀랍고 고무적인 일로, 대학살을 막지 못한 서유럽 각국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며 “일부 정치인이나마 과거의 부끄러운 실수를 반성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