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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주변 맴돌던 최규선씨 “난 박지원과 동급” 과시

입력 | 2002-04-17 18:09:00


‘붕어빵 안에는 왜 앙꼬가 없는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39)씨 등을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42)씨가 최근 집필하려고 했던 자서전의 제목이다.

그는 한때 김 대통령 당선자의 보좌역으로 행세하면서 ‘5인 비서진’으로 꼽히는 등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고백대로 ‘앙꼬’(내실)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최씨와 사업상 거래를 했던 한 사업가는 “최씨 스스로 ‘박지원(朴智元·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급’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기 과장이 심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1960년 전남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나 부친이 버스터미널을 운영한 덕택에 상당히 유복하게 자랐다.

광주 전남고를 거쳐 80년대 초반 한국외국어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본인은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를 나와 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땄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는 버클리대에 유학 중이던 94년 당시 남캘리포니아대(USC)에 다니던 홍걸씨를 만나 사귀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유학 시절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의 소개로 김 대통령을 알게 됐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김 대통령이 내 아들의 이름을 ‘최대양(崔大洋)’으로 지어주면서 ‘대양처럼 크게 살아라’는 뜻의 휘호까지 써줬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현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보좌역으로 일하면서 외환위기 타개에 기여해 상당한 신임을 얻었으나 튀는 언행과 전과 등이 문제가 돼 청와대 입성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한 측근은 “언젠가 전국구 의원이라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정치판을 기웃거리면서 정치권 실력자들에게 가방 시계 구두 등을 사다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여권 실세 정치인의 보좌관에게 그랜저XG 승용차를 사줬으며 한 주간신문 경제부장에게 SM5 승용차를 사주겠다고 제의한 적이 있다.

98년 9월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추진 과정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99년 귀국해 권노갑(權魯甲)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의 비서로 영입됐다.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출마만 하면 마이클 잭슨,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 등 친구들을 불러 대대적인 선거 축제판을 벌이겠다”고 호언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으며 이후 처신 등이 문제돼 권 전 고문 진영에서도 퇴출됐다.

최근엔 한나라당 모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캠프 일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잔디를 팔면 떼돈을 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잔디판매업을 하기 위해 미래도시환경이라는 회사를 급조했는데 돈은 별로 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서울지검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한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