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대학농구의 시작을 알리는 MBC배 대학농구대회가 4월 17일부터 10일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된다. 2002년도 대학농구의 척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번 대회는 뚜렷한 강팀이 없을 정도로 그 어느때보다 각 팀의 전력이 평준화되어 있어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대학농구를 주도해왔던 김주성·정훈 등 슈퍼 스타들이 대학 무대를 떠남에 따라 올시즌 대학농구는 절대강자가 없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졸업생으로 인한 전력의 공백이 없는 연세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로를 한번쯤 해볼만한 상대로 여기고 있고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것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예상을 해본다면 대략 3강(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2중강(중앙대, 성균관대), 3중약(한양대, 건국대,명지대), 2약(단국대, 동국대)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무의미한 것이고 실제로 성적을 가늠하는 것은 동계훈련 동안 얼마만큼 기존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었느냐 하는 것과 확실한 백업 멤버의 존재 여부다. 즉 조직력과 체력이 우승과 직결된다는 말이다.
▼성균관대▼
▽빠르고 정확한 농구로 재무장▽
박성근 감독은 지난해까지 팀 성적은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감독으로서 답답했다고 밝혔다.
낙생고 트리오인 정훈, 이한권, 진경석 등이 높이는 있었지만 포스트 플레이를 꺼려했기 때문에 속공은 됐지만 확실한 포스트 플레이는 없었다는 것.
하지만 올해는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줄 선수가 들어왔다. 경복고 출신의 202cm 장신센터인 박상우가 그 주인공.
스피드와 노련미에서는 그 맛이 약간 떨어지지만 확실한 정통센터로서 인사이드 플레이를 구사하여 지난해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농구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박성근 감독의 주장이다.
여기에 포인트가드인 옥범준이 팀을 이끌고 임효성, 김경범 등의 외곽이 있어 크나큰 손실은 찾을 수 없다. 또한 성균관대가 유난히 MBC배 대회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 스피드 있는 농구로 재무장한 성균관대의 목표는 4강권 진입이다.
▼연세대▼
▽올 시즌 전관왕을 노린다.▽
각 대학 감독들이 아무 망설임없이 1순위로 꼽을 정도로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 졸업생으로 인한 전력 누수가 전혀 없으며 기존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의 조화도 완벽한 팀이다. 김동우, 이정석, 박광재, 전병석 등이 건재하고 지난 해 부상에 시달렸던 방성윤도 3월 4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하여 올시즌 전관왕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간 상태.
190cm의 장신으로 2번 자리를 지키던 최승태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아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선수층이 두터운 터라 큰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방성윤, 이정석 선수 등이 루키였던 지난해보다 그 플레이의 깊이가 깊어지고 노련미가 더해져 올시즌 한층 더 상승된 전력으로 대회에 나올 전망이다.
02학번 신인중에는 광주고 출신의 전정규 선수가 눈에 띈다. 190cm의 장신으로 2번과 3번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선보이는 전정규는 당장 스타팅은 힘들지만 백업 멤버로 10분 정도는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연세대의 목표는 전관왕 우승이다.
▼고려대▼
▽높이 업그레이드, 명문의 자존심 되찾겠다.▽
지난해까지 고려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로우포스트였다. 정선규, 오용준 등의 우수한 백코트진을 가지고도 성적이 들쭉날쭉했던 것은 팀의 리바운드를 잡아줄 확실한 인사이드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동욱과 김일두가 나름대로 분전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신장에서 열세(김동욱/194, 김일두/196)여서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203cm의 장신센터인 주태수를 영입하여 기존의 김동욱, 김일두와 함께 고대의 포스트진에 한층 높이를 더했다. 여기에 주장인 임용석을 축으로 김두현, 오용준 등이 건재하고 배경한, 전원석 등의 빠르고 외곽능력이 있는 신인들을 대거 영입하여 높이와 깊이를 한층 더 했다.
문제는 신인 주태수 선수가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고대의 팀 플레이에 녹아드느냐가 관건, 높이 있는 인사이드 플레이어에 목말라 있던 고려대에 주태수 선수가 얼마만큼의 활약을 해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희대▼
▽탄탄한 외곽에 강화된 포스트로 대반란을 꿈꾼다.▽
경희대도 졸업생으로 인한 전력 손실은 거의 없다. 팀의 외곽을 책임지고 있는 박종천, 정재호가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기존 포스트를 지키던 김세중, 정세영에 구로고 출신의 200cm 장신센터인 한재규 선수가 가세하며 팀 전력을 한층 더 상승시켰다.
베스트 5로는 박종천, 이동준, 정재호, 한상민, 김도수 등이 번갈아가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향상된 전력을 갖춘 경희대의 목표는 결승 진출.
하지만 높이에서 플러스 요인이 된 한재규 선수가 저학년이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신체적으로는 나무랄게 없지만 담력과 세기에서 약하다는 것이 최부영 감독의 평가다.
타 대학의 많은 선배선수들을 상대로 신인다운 패기를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자주빛 군단 경희대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중앙대▼
▽김주성 효과를 뛰어 넘겠다.▽
지난해까지 ‘중앙대=김주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중앙대에서 김주성의 역할은 매우 컸다. 대학농구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매니아가 아니면 ‘중앙대에는 김주성이라는 선수밖에 없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주성에 대한 의존도가 컸으며 그에 따라 다른 팀에 비해 졸업생으로 인한 전력 손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작 중앙대 선수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중대는 김주성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굳은 각오를 가지고 있다. 그 실력이나 세기에서는 다소 약하지만 김주성의 자리에 김광원과 송유섭이 번갈아 가며 투입되고 박지현의 자리에는 전주고 출신의 윤병학이 선배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로 MBC배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외곽선수들인 석명준, 박성욱 등이 버티고 있어 우승은 힘들지만 4강권 진입은 무난할 전망이다. 또한 중앙대는 이번 대회 직전 지휘봉을 넘겨 받은 신임 조재구 감독의 첫 데뷔 무대란 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 김주성 효과를 넘어 어떤 성과를 나타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한양대▼
▽외곽 전력 탄탄, 스피드 있는 농구로 승부한다.▽
한양대는 팀의 인사이드를 책임졌던 김태완, 박유진 선수등의 졸업으로 인해 높이는 다소 약해졌다. 믿었던 신인 강은식 선수가 발목 부상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현재 재활 훈련 중이나 복귀 여부는 아직 미지수.
역시 믿을 건 양동근, 서동용이 지키는 외곽 밖에 없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 운영을 맡고 있는 양동근은 대학 선수답지 않은 안정감 있는 게임 운영이 큰 장점.
한해 후배인 서동용도 투지 넘치는 슈터로 이미 1학년때부터 팀의 주전 슈터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고교 가드 NO. 1으로 꼽히던 전주고 출신의 김학섭도 한양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 2001-2002 농구대잔치에서 멋진 대학무대 신고식을 치른 김학섭은 루키답지 않은 재치있는 게임 리딩과 정확한 슛터치 능력까지 겸비해 한양대의 떠오르는 재목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한양대의 MBC배 대회 목표는 4강 진출. 인사이드 진의 취약점을 감안했을 때 타팀보타 한 템포 빠른 농구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올시즌 최고의 다크호스▽
파워포워드인 문혁주의 공백이 아쉽긴 하지만 각 대학 감독들은 올시즌 최대의 다크호스로 건국대를 아무 망설임없이 꼽았다. 10개 대학팀 감독들 중에 가장 젊은 감독인 김승환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3년간 리빌딩을 진행해 온 건국대가 올해는 그 성과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예상 베스트 5는 이오석, 안철우, 노경석, 남호진, 김민철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기동력 있는 농구를 선보인다는 게 건국대의 방침.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는 노경석, 이민규 등이 있는 데 특히 노경석 선수는 당장 주전으로 나올 정도로 그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이 김승환 감독의 평이다. 올시즌 최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건국대의 MBC배 목표는 4강이다.
▼명지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명지대는 사실 이번 MBC배 대회에 크나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주전 선수들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든 상반기 대회보다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회복할 하반기에 승부를 건다는 것이 강을준 감독의 생각.
슈터인 고승진을 비롯해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원수, 이철수, 정중연 등이 훈련 기간동안 다친 허리 부상 등으로 팀 훈련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눈에 확 띄는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 5로는 이우정, 서병원, 강윤식, 윤지광, 홍용철 등이 예상되고 있다. 슈터인 서병원과 윤지광 등의 슛감각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만큼 강팀을 상대로 의외의 결과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단국대▼
▽젊은 패기로 승부한다.▽
지난해까지 의욕적인 스카웃으로 리빌딩을 진행했던 단국대도 올해 그 결과를 나타낼 때가 왔다. 단국대학교에서 올시즌 학교 육성 종목으로 농구를 채택하며 그 지원 정도가 어느때보다 좋아진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로 학교측에 보답하겠다는 것이 장봉군 감독의 생각. 단국대의 베스트 5로는 김영재, 서도형, 석승호, 박상기, 금병성, 김정윤 등이 번갈아가며 투입될 예정이다. 확실히 튀는 선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한 단국대의 이번 목표는 6강 진입이다.
▼동국대▼
▽키 플레이어 이승현▽
동국대는 올라운드 플레이를 선보이던 서영권의 졸업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전력 누수가 예상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도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센터 이승현 선수가 날이 갈수록 농익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고 팀의 외곽을 책임지고 있는 심재혁이 건재하기 때문. 예상 베스트로는 이승현, 심재혁, 추철민, 권정학, 문종호 등이 예상된다.
(제공:월간 점프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