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com

[서울 잡지 올림픽 좌담회]"인터넷-잡지 시너지 효과 낼것"

입력 | 2002-04-17 18:26:00

민영빈, 조지 그린, 도널드 커머펠드, 리처드 스미스


《인터넷 시대에 잡지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웹 환경은 잡지의 편집에서 배달에 이르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일되어가는 지구촌에서 ‘다품종 소량화’ 되어가는 매체환경은 득이 될 것인가 실이 될 것인가. 16∼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잡지연맹 아태지역 서울대회 2002’를 맞아 세계 잡지계의 거물들이 머리를 맞대고 급변하는 시대 잡지의 전망을 논의했다. 좌담에는 도널드 커머펠드 국제잡지연맹 사무총장, 리처드 스미스 뉴스위크 회장, 조지 그린 허스트매거진 인터내셔널 사장과 이번대회 조직위원장인 민영빈 YBM 시사영어 회장이 참석했다.》

▽민영빈〓먼저 이번 대회의 주제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인 만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신매체와 잡지의 공존 및 협력 전략들에 대해 먼저 얘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커머펠드〓인터넷 매체가 잡지에 미친 거의 유일한 위협은 한정된 광고시장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점이죠. 그 외에 인터넷이 잡지나 다른 어떤 매체를 사라지게 하고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TV가 잡지나 다른 무엇도 ‘대체’하지 않았던 것과 같죠. 인터넷이 가진 다양한 내용부가기능과 쌍방향기능 등은 웹상에서 잡지의 장점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스미스〓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인터넷은 기존 매체의 보완적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매체에 대해 위협으로 볼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잡지가 가진 풍부한 텍스트는 인터넷 환경에서도 미덕을 발휘할 것입니다. 인터넷은 분명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자료 검색이 편하고, 세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뉴스위크의 경우, 우리는 인터넷을 지식의 깊이를 더하는 보완적 용도로 매우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린〓잡지와 인터넷이 적대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거의 모든 잡지가 인터넷 도메인을 갖고 있다는 데서도 알수 있습니다. 그 사이트들은 종이잡지의 ‘거울’이지만 그 전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죠. 인터넷은 특히 미국에서 판매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쇼 사회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가 ‘O’라는 잡지를 창간했는데, 이 잡지의 25%는 인터넷을 통해 구매되고 있습니다.

▽스미스〓인터넷 세계상의 다양한 컨텐츠 중 잡지는 가장 유망하고 강력한 것으로 꼽힙니다. 잡지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전문화된 영역에서 독자와 쌍방향 소통을 해온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커머펠드〓인터넷의 초창기에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수익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인터넷이 잡지에 제공하는 직접적인 효과는 웹을 통한 정기구독 신청쪽이 가장 강력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린〓인터넷은 장기적으로 잡지의 대안이 되기보다는 TV의 위협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전문화된 영역은 인쇄매체를 이용하고, 동영상과 오락기능을 인터넷에 의존하는 성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민〓장기적으로 인터넷과 잡지의 시너지효과에는 많은 기대를 걸어볼 만 합니다. 잡지의 콘텐츠나 형태 아무것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잡지의 형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화할지 방향을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학자 중에는 20년 뒤 인쇄술이 없어질 것으로 예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잡지사가 걱정할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잡지사는 인쇄소가 아니니까요.

이번에는 화제를 잡지의 ‘다품종 소량 특성화’ 경향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최근들어 세계 잡지시장에는 독자의 전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매체 다변화 전문화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잡지매체가 현지 제휴형태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인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한 것 같습니다.

▽커머펠드〓주제가 주제인 만큼 독자의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는데요, 다품종 소량 특성화란 인터넷으로 야기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소량화의 경제학’입니다. 전문화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이고 부수가 적어지면 운영이 어려울 것이니까 적당한 균형을 찾아야겠죠.

▽그린〓허스트는 한국에서 3개 매체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훌륭한 시장입니다. 270페이지나 광고를 유치하고 있는 잡지도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커머펠드〓콘텐츠에서 본사가 배급하는 내용과 지역의 특성화된 기사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미스〓국제적 브랜드의 잡지가 지역에서 특성화돼 배포될 경우 ‘종속’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유명한 잡지가 서점에 나올 경우, 모든 결정은 서울의 출판사와 판매자가 합니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결정은 독자가 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우리는 브랜드와 일부 기사를 주고 필요한 조언을 하는 것 뿐입니다.

▽민〓한국의 경우 외국 기업의 프랜차이즈가 흔히 경계심을 낳는데, 잡지계야말로 국제화가 경쟁력을 갖는 분야입니다. 국내 기사보다 매력있고 정보가 풍부한 기사가 넘칩니다. 앞으로 잡지는 국제 브랜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지 않으냐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정의 제한이 있으니 이 문제는 이 정도로 논의를 마치겠습니다. 잡지의 유통 현대화나 잡지매체의 매력에 대해 더 나눌만한 얘기가 있을 듯한데요?

▽커머펠드〓잡지 독자 중 정기구독자의 비율이 독일은 55%이고 미국은 80%입니다. 한국은 아직 그 숫자가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기구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사전주문을 통해 독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고, 그 결과 심도 있는 독자와의 의견교환이 가능합니다. 한국도 앞으로 정기구독자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린〓e-북과 같은 개념의 e-매거진도 미국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접을수도 있고 무선으로 다운로드되는 전자잡지를 머지않은 시대에 보게 될 것입니다.

잡지의 매력에 대해 한마디 보태자면, 잡지 등 인쇄매체에 실리는 광고는 TV 등 방송매체의 광고와 달리 독자가 관심분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 광고를 주목할 수 있죠. 그것이 인쇄매체가 TV보다 우위를 갖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민〓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참석자

도널드 커머펠드 국제잡지연맹 사무총장

리처드 스미스 뉴스위크 회장

조지 그린 허스트매거진 인터내셔널 사장

민영빈 YBM시사영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