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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EU商議 부산소장 글리덴 부부의 '해운대 예찬론'

입력 | 2002-04-18 14:41:00

해운대의 경관과 기후에 반한 글리덴씨 부부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CCK) 부산사무소 대표인 독일인 한스헤르만 글리덴 고려강선 회장은 94년 부인 말리스와 함께 한국에 온 후 줄곧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빌라에서 살고 있다. 그의 집 테라스 앞으로는 해운대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가 해운대에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경관과 기후 때문이다. “독일은 북해를 끼고 있지만 해안 기후가 싸늘해 거의 들르지 못했다. 하지만 맑은 물, 포근한 공기 등을 지닌 해운대는 너무나 정겹다”는 것. 좋은 기후 덕분에 그의 집에선 동백 야자수 제라늄 장미 난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글리덴씨 부부 외에도 적지 않은 부산 주재 외국 기업인들이 해운대에 산다. EUCCK 부산 회원만 살펴봐도 전체 40여명 중 30여명이 해운대 주민이다. 선급회사인 게르마니셰 로이드의 하인츠 바그너 회장, 선박 부품회사인 보시&렉스로스의 펠릭스 A 켈러 회장, 기계 엔진회사인 MAN B&W코리아의 라스 브린덤 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외 북미 아시아 출신 외국인 가족들까지 합하면 1700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말리스씨는 “해운대에는 부산국제학교(ISP) 부산외국인학교(BFS) 등이 있어 외국인들이 같은 학교 학부모로서 친해진다. 해운대에서 접근이 쉬운 대연동의 부산문화회관이나 우동의 그랜드호텔 영화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을 함께 찾아다니며 뮤지컬이나 영화 미술 전시회 등을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구인 체형에 맞는 옷이나 구두 등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품관과 쇼핑타운들이 발달해 있어 화장품이나 향수 장식품들을 사거나 사우나를 하기에 좋은 것도 장점이다.

부산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해운대는 공식 비공식의 각종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구수한 한국 음식이 나오는 달맞이고개의 갖가지 음식점들도 정답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할 때는 호텔에서 주로 만난다. 글리덴씨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친목모임인 동백로터리클럽 회원이며 부인 말리스씨는 부산국제부인회(BIWA) 회장. 두 클럽의 전체 모임은 주로 해운대의 호텔들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글리덴씨는 파라다이스호텔의 얀 베르뎅(벨기에인), 메리어트호텔의 프랑크 리프만(독일인), 웨스틴조선호텔의 트레버 맥도널드(호주) 등 총지배인들과도 친하다. 이들 지배인도 모두 해운대 주민. 이들은 파라다이스호텔의 카프리룸, 메리어트호텔의 머피스바, 웨스틴조선호텔의 오킴스 등에서 회원들이 모델이 되는 패션쇼, 크리스마스 바자, 바비큐 파티, 저녁 만남 등을 갖는다.

글리덴씨 부부는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났을 만큼 춤을 좋아한다. 부산에선 춤출 장소를 찾지 못해 아쉬워하다가 마침내 지난해 11월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처음 열린 빈 왈츠 행사 때 실력 발휘를 했다. EUCCK 부산 사무소의 변정환 과장은 “왈츠 룸바 차차차 등 못 추는 춤이 없는 두 사람이 무대를 한바퀴 돌고 나자 사람들이 뒤를 잇기를 주저하더라”고 말했다.

글리덴씨는 최근 달맞이고개에 새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녹지와 정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행정적인 지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관 좋은 곳에 살면서도 바다 대신 앞집의 벽을 봐야 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해운대로 들어서는 길목인 수영교차로와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주변의 교통이 빨리 트였으면 하는 것도 바람이다. 집에서 경남 양산의 회사까지 50분가량 걸려 출근하는데 BEXCO 주변 길 등이 자주 막혀 가끔 기장 쪽으로 둘러가야 하는 것. 그나마 오가는 길이 아름다워 우회의 짜증을 덜어준다.

20일 오후 1시부터 글리덴씨는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에서 범유럽 출신 상공인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해운대는 글리덴씨 부부에게 끊임 없이 새로운 만남을 기획하게 하는 천혜의 보금자리다.

부산〓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