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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공간]가정식 백반 '화신옥'

입력 | 2002-04-18 14:55:00


“거 참, 밥 먹을 데가 없으니….”

서울 압구정동 거리. 눈에 보이고 발에 차이는 게 식당인 데도 사람들은 밥 먹을 데가 없다며 불평이다. 그러나 가만 곱씹어 보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특징’을 너무 좇다보니 요리의 ‘오리지낼러티’가 사라진 곳들이 많기 때문. 인테리어 감상에 맛을 들이기도 하고 다국적 요리에 취미를 붙여 보기도 하지만 결국 △된장찌개 순두부 맛있게 하는 곳 △집에서 엄마가 해 주는, 조미료 덜 섞인 밑반찬을 공급해 주는 곳에 대한 갈증은 남기 마련이다.

‘화신옥’(02-516-9979·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그 압구정동에서 보기 드물게 정통한식, ‘투박한 한식’, 그러나 맛깔나는 한식을 파는 곳이다. 쇠고기, 된장찌개, 간장게장, 두부전골 등 ‘불변의 밥상 메뉴’가 주 전공이다. 성수대교 사거리에서 남단으로 70m쯤 내려오면 ‘윤씨농방’ 빌딩 뒤편으로 화신옥의 간판이 보인다.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의 1층은 온돌장판에 앉아서 먹도록 돼 있고, 2층은 나무식탁이 놓여 있는 6인석 12인석 방과, 양반다리로 앉는 24인석 방이 있다.

쇠고기를 홀 안에 있는 바비큐 화덕에서 구워다 주기 때문에, 직접 고기를 구으며 연기를 맡을 필요는 없다. 칼집을 유난히 많이 낸 모양인데, 주방장은 “야들야들 연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두부전골은 김치를 볶아서 넣고 곱창도 삶아서 넣어 푹 곤 덕분인지 국물이 진하고, 재료가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5월이 산란기인 덕에 간장게장에도 주황색 알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비릿하고 짠 향취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5000원짜리를 시키나 2만원짜리를 시키나 밑반찬은 8가지로 똑같다. 전북 남원 고랭지에서 사 온 갓김치 돌김치 배추김치가 나온다. 고랭지의 것은 배추의 사각거림이 오래가는 장점이 있다. 식탁에는 연근 오징어조림 무말랭이 취나물 시금치가 함께 나온다.

오전 10시부터 점심 전까지는 황태탕(5000원) 손님들이 많다. ‘술 먹은 뒤 북어국’에 향수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메뉴다. 굵은 소금 볶은 것으로 간을 한 뒤 무와 황태만으로 국물을 낸 것인데, 배 속까지 든든해지는, 통쾌한 맛과 향이 가득하다. 순두부 된장찌개 수제비 갈비탕이 5000원, 파전 녹두전은 1만원, 간장게장 정식은 1만7000원, 두부전골과 황태전골은 1만5000∼2만5000원이다. 저녁에는 술 손님들을 위해 1만5000∼2만원대의 낙지볶음, 골뱅이 무침, 연어샐러드를 안주로 판다. 주차공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