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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실패 노이로제

입력 | 2002-04-18 15:16:00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과 노이로제가 어떻게 다른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 내가 들려주는 간단한 대답이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행동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노이로제적인 사람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뻔히 알면서,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20대 후반의 김모씨. 남들이 말하는 ‘그만하면 괜찮은’ 대학 출신에 외모도 ‘그만하면 괜찮은’ 편에 속하는, 겉보기론 그야말로 썩 ‘괜찮은 조건’을 갖춘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몇 년 째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길어야 3개월을 넘긴 기억이 없다. 남자친구도 없다. 몇번 가볍게 사귄 적은 있지만, 역시 석달을 넘기지 못하고 꼭 깨졌다. 결론적으로 지금 그녀의 인생은 지리멸렬 그 자체이다.

어릴 때부터 꿈은 많았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목표도 거창했다. 그러나 그녀가 한가지 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밑거름을 쌓는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뭘하려고 해도 자신감이 없었다. 대학까지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기대와 성화에 밀려 진학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홀로서기에 실패한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취업할 곳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 이력서를 정성껏 작성해 놓기도 여러번. 그러나 막상 그 곳을 찾아가는 데는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자신감이 없는 걸요. 무섭고 불안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보나마나 떨어질 게 뻔한데, 뭣하러 애쓰나 싶은 맘뿐이에요.” 그녀의 말이다.

김씨는 자신감이 없어서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열등감과 불안감으로 인해 노이로제 상태가 되어 미래에 대한 비전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감이 생긴 후에 뭔가를 시도해 보겠다는 것은, 그 시도를 회피하려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함정인 경우가 많다. 노이로제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반면에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신감을 갖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고 뭔가 자꾸 시도하다 보면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게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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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