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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하 릴레이시리즈]임은주와 함께 풀어보는 심판의 세계

입력 | 2002-04-18 17:30:00

98프랑스월드컵 한국-멕시코전에서 주심이 백태클 파울을 범한 하석주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월드컵을 40여일 앞두고 한가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지난달 2002월드컵 심판 세미나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미 강조했던 시뮬레이션(일명 할리우드 액션), 홀딩(상대 선수를 잡는 행위)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 역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 경기 심판 경험으로 볼때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이런 파울에 젖어 있다. 특히 우리 선수들은 유럽이나 남미 선수에 비해 파울 동작이 커 심판으로부터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쉽다. 현 대표팀 선수중에도 일부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될 정도다. 98프랑스월드컵때 선취골을 넣고도 퇴장당한 ‘하석주 케이스’가 얼마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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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프리킥 상황에서 주의해야 한다. 공격수가 프리킥 볼을 차려고 할 때 상대 수비수가 볼 앞에서 공격을 가로막는 행위는 금물이다. 수비수가 서 있어야 할 위치인 골 라인으로부터 9.15m를 엄수하지 않으면 이전에는 보통 구두 경고로 끝났지만 이번엔 단번에 엘로우 카드를 꺼내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이는 현대축구의 빠른 플레이 전개 속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FIFA의 의지다. 따라서 갈수록 어드밴티지룰도 더 많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경고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가끔은 공이 없는 곳에서 선수들끼리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지며 오버 액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시뮬레이션 행위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돼 페널티지역 뿐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엄격히 적용될 것이다. 이미 유로 2000에서도 시뮬레이션 행위로 두 번 경고를 받고 퇴장 당한 선수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퇴출하기 위해 주심 뿐 아니라 부심과 대기심까지 모두 4명의 심판이 경기를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다. 오프사이드 판정 등 일부분에 제한돼 있던 부심이나 대기심의 역할이 크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결국 2002월드컵은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는 대 전제하에 시뮬레이션처럼 심판을 속이는 행위와 홀딩처럼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 두 가지를 방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모든 조치는 다소 이상적이지만 심판없이도 이루어지는 경기와 페어플레이를 지향하는 FIFA의 강력한 정책에 따른 것이다.

남은 기간 우리 대표팀이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심판들은 강화된 규칙 적용과 관련, 부담이 덜한 본선 1회전에서 암암리에 경쟁적으로 카드를 뽑으려는 경향마저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FIFA가 특별히 강조한 규칙들을 요약해 우리 대표 선수들에게 비디오나 자료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제심판·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심판담당관

rtiger@2002worldcup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