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은 역대 월드컵과 비교해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우선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월드컵이다. 이제까지 16번의 월드컵이 치러지는 동안 유럽 대륙에서 9번, 미주 대륙에서 7번이 열렸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또 21세기 들어 첫 월드컵인 동시에 2개국 공동 개최로 열린다는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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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점보다 정작 축구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축구의 양대산맥인 유럽과 남미가 제3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세계 축구의 진정한 왕좌를 가리는 무대라는 점이다.
묘한 월드컵 징크스가 있다. 유럽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는 유럽 국가가, 미주대륙에서 개최됐을 때는 그 지역 국가가 우승을 해온 것.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것을 제외하곤 이 징크스는 유지되어 왔다.
1998년 제16회 프랑스월드컵까지 유럽과 미주 대륙의 국가들은 나란히 8번씩 우승을 나눠가졌다. 이처럼 개최 대륙의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지역적 특성 중에서도 기후가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훈련한 팀이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1970년과 1986년 두 번의 월드컵이 열렸던 멕시코를 예로 들 수 있다. 수도 멕시코시티는 2240m의 고지에 위치해 있고 열대지역에 속해 있지만 월 평균기온은 5월에도 섭씨 17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도가 높은 관계로 산소가 부족해 평지에 살던 사람은 숨이 가빠지고 두통과 안구 통증을 느끼는 악조건을 갖고 있다.
이런 고지대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2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멕시코의 인접국으로 수시로 드나들며 적응훈련을 쌓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음달 21일 스페인이 울산에 훈련캠프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브라질 포르투갈 등 우승후보들이 속속 한국에 입성한다. 아시아에서 최초의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이 국가들 대부분이 월드컵 개막 한달여전부터 일찌감치 대표팀을 소집하는 것도 현지적응훈련의 중요성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