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을 위하여’(Haut Les Coeurs)는 죽음의 공포와 아이를 낳으려는 모성애의 ‘충돌과 선택’을 스케치하듯 그려낸 영화다.
첼로 연주자 엠마(까랭 비야)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시몽과 동거 중에 임신 5개월이다. 그러나 엠마는 유방암이 심해져 이를 치료하려면 아기를 지워야한다는 ‘양자 택일’을 요구받는다. 줄리엣은 아기의 이름.
영화는 여성과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엠마의 심리 변화를 핸드헬드 카메라로 추적하듯 세밀하게 담아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본다. 항암 치료를 받던 엠마가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져나가자 아예 삭발한 채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며 여성임을 확인하는 것이 그런 사례.
프랑스 여성 감독 솔베이 앙스파흐의 섬세한 관찰이 돋보인다. 영화는 감독의 실제 투병기를 토대로 제작됐으며 프랑스 멜로의 힘을 보여준다.
촬영을 마칠 때 임신 8개월이었던 여주인공 카랭 비야는 이 영화로 1999년 세자르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전체 관람가. 20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