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설]8월의 저편…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2)

입력 | 2002-04-18 18:16:00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아버지의 이름은 이용하(李容夏) 어머니의 이름은 박희향(朴喜香) 두 살에 죽은 첫째 남동생은 수용(水龍) 둘째 남동생 우선(雨善)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여섯 살에 죽은 여동생은 소원(素苑) 스물두 살에 살해당한 셋째 남동생은 우근(雨根) 살아남은 것은 배다른 여동생 소진(素眞)뿐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아 우근 네 얼굴은 나를 꼭 닮았었다 키도 달리는 폼도 똑같았다 너에게 달리기를 가르친 사람은 나였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너는 조선민주주의 애국 청년 동맹에 들어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너는 모진 고문에 다리가 부러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 아지트에서 저 아지트로 도망다녔고 모임을 갖고 전단을 뿌리는 동안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1948년 8월 오후 우근은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었다 우익 학생이 밀고하여 경찰이 열 명이나 들이닥쳤다 동생은 도망쳤다 큐큐 파파 담을 넘으려 할 때 큐큐 파파 다리가 총에 맞았다 큐큐 파파 다리를 끌고 피를 흘리면서 달렸다 큐큐 파파 500 m나 산을 올라가 큐큐 파파 저수지 언저리에서 기절했다 나는 밀항하여 일본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네가 총에 맞아 연행되었다는 소식은 나중에야 들었다 큐큐 파파 네가 언제 어디에서 죽었는지 나는 너를 땅에 묻지도 못했다 큐큐 파파 우근아 너를 죽인 자들의 이름을 네가 죽은 날을 너의 주검이 버려진 장소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가르쳐다오 내가 열두살 때 너를 이 두 팔로 안았었다 갓난 아기의 얼굴을 보면서 이 아이는 내가 지키겠노라 절대로 마음 아프게 하지 않겠노라 맹세했는데 아이고 너무하다! 세상에 말도 안 돼! 나는 네 죽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큐큐 파파 8월의 오후 소나기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매미 울음소리를 절단하고 큐큐 파파 비개인 강가를 동생과 둘이서 뛰었다 알겠느냐 우근 물보다 빨리 뛰거라 큐큐파파 속도를 늦추지 마라 몸 전체가 목구멍이 된 듯한 너의 숨소리가 들린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