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는 1996년 완공 이후 매년 380만명이 다녀가는 일산 신도시 호수공원의 생태 변화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다양한 동식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호수공원 조성 초기에 이식한 식물 외에 물수세미, 부처꽃, 꼬마부들, 박하 등이 나타나고 있고 수초들이 있는 자연호수의 물은 인공호수의 수질보다 훨씬 오염수치가 낮았다. 수로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도 수초 주변에 산란하면서 매년 종수와 개체수가 크게 증가해 올해 초까지 모두 27종이 확인됐다. 특히 말조개가 번식하면서 가시납지리가 조개에 산란을 해 해마다 봄이면 수초 주변에 치어떼가 장관을 연출한다.
수변으로 퍼져나가는 달뿌리풀과 부들군락지 사이에는 흰뺨검둥오리 한 쌍이 산란해 나들이 다니고 있고, 쇠물닭과 청둥오리도 간간이 내려앉는다.
녹지대 주변에는 하늘타리, 고삼, 왜현호색, 산괴불주머니, 애기똥풀 등 야생화 풀씨들이 날아와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근래에는 임진강 참게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여름밤에는 애반딧불이, 겨울에는 오색딱따구리가 번식한다.
이런 호수의 생태 변화에 대해 고양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꽃박람회장, 화장실전시관 등 호수공원에 어울리지도 않는 시설물을 지어 현장 관리자들의 일거리만 늘린다.
그보다 문제되는 것은 ‘노래하는 분수대’다. 공사비 180억원에 맞는 규모만큼이나 클 소음에 인근 주민들은 물론 바로 옆 생태호수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얼마나 시달림을 받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분수대가 들어설 바로 옆에는 생태적으로 안정된 자연학습장이 있어 해마다 수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생태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를 보호해주는 녹지대가 분수대 공사 때문에 사라져 학습장으로서의 효용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동식물도 그 피해를 볼 처지에 놓였다.
이 녹지대는 호수 주변의 동식물들이 이동하는데 필요한 완충지대이며 보행자들이 쉬어 가는 녹색공간이기도 하다. 힘겹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이제야 제법 녹음을 드리우고 있는데, 이를 송두리째 없애고 분수대를 위한 구조물을 올리겠다니 이보다 한심한 탁상행정이 어디 있는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행정당국은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브라질의 쿠리치바를 생태도시로 가꾼 레르너 시장의 말을 음미해 보면 문제의 해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간단하게 풀린다.”
호수공원에 노래하는 분수대를 짓지 말고 그 돈으로 나무를 심자. 그것이 시민들의 소박한 요구다. 조금씩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호수공원에는 인공 구조물보다 나무 한 그루, 녹지대 한 평이 더 필요하다.
단절된 인공의 공간에서 살아있는 생태공간으로 변해 가는 호수공원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유산이어야 한다.
한동욱 ´한국 어린이 식물연구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