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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재단 활동중단]'비리핵심' 눈총 피해 일단 '伏地'

입력 | 2002-04-18 18:53: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거점이 될 것으로 알려져 온 아태재단이 18일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DJ의 측근인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마포사무실을 폐쇄키로 결정하면서 DJ의 ‘주변 정리’가 시작되지 않았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두 조치가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현재의 정치 여건에 비춰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태재단 활동 중단의 공식적인 이유는 ‘재정난’이다. 그리고 권 전 최고위원의 마포사무실 폐쇄와 관련한 관계자들의 설명은 민주당 경선으로 새 인맥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동교동계 사무실’이 의미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태재단과 마포사무실의 기능 정지는 김 대통령과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민주당 ‘구체제’의 퇴조와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의 부상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김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주변 정리를 통해 현실정치와의 간극을 넓히는 동시에 ‘퇴임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정치에 개입하지 마라. 박 실장은 퇴임 후 나와 할 일이 있다”고 단단히 다짐을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은 퇴임 후 아태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적 활동을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문제도 여권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 대통령 본인은 민주당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당적마저 정리해야 정치 불개입 의지가 보다 확실해진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대통령이 탈당해야 본인에게도, 노무현 후보에게도 유리하다”며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한 뒤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김 대통령의 ‘하산’ 준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