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어민들이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대형 트롤어선의 조업구역 변경에 반발하고 나섰다.
포항 어업인연합회와 채낚기선장협회 등 어민단체 소속 어민 1000여명은 ‘동경 128도 사수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18일 포항수협 공판장에서 정부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산·경남지역 대형 트롤어선들은 1970년대 이후 동경 128도(경남 사천)의 동쪽으로는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양수산부령에 규정돼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들어 트롤어선이 동해안에서도 조업을 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 어민들은 대형 트롤어선이 동해안에서 오징어를 잡을 경우 동해안 어민들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해안 어획고의 70%를 차지하는 오징어를 대형 트롤어선이 들어와 조업하면 동해안 어민은 살아날 수 없다는 것.
포항어업인연합회 손윤오(孫潤五·57) 회장은 “경남의 대형 트롤어선들은 지금도 몰래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는데 조업구역을 바꾸면 동해의 고기는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또 “대형 트롤어선은 불을 밝히고 오징어를 모으는 오징어잡이어선 주변에서 조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현재 상황에서 대형 트롤어선의 조업구역을 동해안까지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
김병목(金炳睦) 해양수산과장은 “정부로서는 트롤업계의 주장을 외면할 수 없겠지만 동해안 어민과 원만한 합의 없이 조업구역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안된다”며 “이같은 사정을 해양수산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