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훈의 '유혹'. 91.5X72.5cm.2002년작.
봄은 미술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어 나타날까. 봄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기획전 ‘천·변·만·화(千變萬花)-봄 이야기’.
작고한 대가들과 원로 작가부터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18인의 작품 60여점이 선보인다. 회화 조각 디지털 설치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봄의 다채로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천변만화’다.
1전시장엔 구상회화 작품, 2전시장엔 추상회화 작품, 3전시장엔 실험정신이 강한 회화 조각 디지털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1전시장은 주로 대가들의 작품들로 꾸몄다. 도상봉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박고석 김병기 등.
김병기는 푸르름이 짙어오는 북한산의 초봄 풍경을 경쾌한 터치로 그렸다.도상봉은 꽃병에 담긴 개나리를 원색적으로 표현했고, 박고석은 경남 하동 쌍계사 부근 벚나무꽃의 화사함을 화폭 가득 담았다. 그러나 이들의 화사함이나 원색은 과장되지 않고 절제되어 있다. 삶의 경륜 덕분이다.
박수근의 ‘꽃피는 시절’이나 장욱진의 ‘풍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무심(無心)의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들. 김환기의 ‘항아리’는 푸른색 톤을 배경으로 항아리 두 개만을 그려넣고도 거기 봄꽃이 가득 담겨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전해준다. 대가의 면모가 물씬 풍긴다.
2전시장에서는 곽인식 박영남 전병현 정종미 등이 봄과 꽃에 대한 느낌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3전시장은 분위기가 색다르다. 철저하게 꽃을 소재로 삼았지만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꽃의 이미지도 천차만별이다. 홍장오는 깨진 유리 조각을 이용해 ‘해바라기’를 만들었다. 깨진 유리와 꽃, 그 낯선 것들을 한데 어울리게 만든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꽃의 양면성, 삶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고영훈은 고서를 그리고 그 위에 꽃 몇 송이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다. 마치 책 속에 피어난 꽃과 같다. 고영훈의 봄은 철학적 사색적으로 다가온다. 02-720-1020, 3217-0233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