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창설된 호작배는 한국에 정상 자리를 내주고 있는 남자 바둑과 달리 여자 바둑을 호령하고 있는 중국이 2년마다 한 번씩 여는 여류대회로 우리나라에서는 윤영선 2단, 박지은 3단, 조혜연 3단 등 3명의 여류기사가 참가해 2명이 결승에 오르는 급성장을 보였다.
‘여류 이창호’로 군림하고 있는 최강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건강상 이유로 불참하긴 했으나, 한국의 첫 우승은 그동안 중국 여류기사들이 휩쓸던 세계 여자바둑계에 일대 판도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한국 자매끼리 초대 세계 여왕을 가리는 대결은 애초 박지은 3단의 승리가 예상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장쉔(張璇) 8단을 준결승에서 꺾은 기세에다 윤영선 2단과의 통산 전적에서도 3전 전승으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박 3단은 이 대회 결승에 앞서 열린 후지쓰배에서도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명인을 꺾는 등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자매대결은 역시 변수가 많았다.
백1로 뛴 수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린 수로 역전의 구실이 됐다. 흑이 2를 선수하고 재빨리 6으로 손을 돌리자 승부가 단숨에 미세해진 것. 백1의 마늘모가 정수였다. 흑은 A 쪽의 차단 때문에 2·4로 수비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백5로 상대의 약점을 추궁하며 9로 미끄러져 들어갔으면 상당한 격차를 벌릴 수 있었을 것이다. 298수 끝, 흑 1집 반 승.
정용진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