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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취화선' 칸 영화제 경쟁부문 올랐다

입력 | 2002-04-22 14:43:00


《조선시대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임권택감독의 ‘취화선(醉畵仙)’ 이 다음달 15일 개막하는 제5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측은 22일 “칸영화제 집행부로부터 21일 밤 본선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 밝혔다.》

#'춘향전' 황금트리오 2회연속 진출

‘취화선’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감독의 ‘춘향전’(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칸 ‘본선’에 진출했다. 처음으로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였던 ‘서편제’와 사상 첫 칸 경쟁 부문 진출작인 ‘춘향전’에 이어 충무로의 ‘황금 트리오’로 꼽히는 임권택(감독)-정일성(촬영)-이태원(제작) 이 또다시 만들어낸 ‘우정과 신뢰’의 결실이다. 세 노장(老將)은 83년 ‘비구니’이후 19년동안 변함없이 관계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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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영화'취화선' 작품사진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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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본선진출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임감독은 의외로 덤덤한 표정이었다. 임감독은 21일 밤 이태원 사장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취화선’이 많은 분들의 지원과 성원을 받았던 만큼 본선에 못가면 그 분들에게 고개를 못들 것 같아 정신적으로 걱정이 됐었다.” (임권택감독)

“임감독이 소식을 듣더니 한숨부터 푹 쉬더라. 그리고 나서 둘이 서로 ‘니가 잘했다’ ‘아니다, 니가 더 고생했다’ 그러다가 끊었지, 뭐.” (이태원사장)

“임감독, 이사장과 서로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축하하고 고마워하면서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맛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정일성 감독)

#임권택과 장승업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임감독은 의외로 농을 잘하는 편. 임감독은 “장승업의 어떤 면이 끌렸느냐”는 질문에 특유의 느릿느릿 이어지는 말투로 자신과 장승업의 공통점 세가지를 꼽았다.

“오원선생은 52세까지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다. 나 역시 밀려나지 않고 이 나이(65세)까지 영화를 하고 있다.” “오원선생은 고아였다. 나 역시 고아나 다름없이 혼자 떠돌이 생활을 했다” “오원선생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 나도 한 때는 감독보다는 ‘술꾼’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다른 점 한가지’를 덧붙였다.

“오원선생은 미인을 좋아해 예쁜 여자를 늘 옆에 뒀다는데, 나는 미추에 관계없이 여자를 좋아한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제로 임감독은 “장승업을 보면 내가 보인다”고 할 만큼 장승업의 삶과 예술 정신에 깊은 애정과 공감을 표시하곤 했다. 임감독은 또 “장승업이 오래 화가로 활동한 것은 그만큼 노력을 기울였고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거듭나려 했다는 의미”라며 “나도 나름대로 그런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누군가가 “칸을 겨냥해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부분은 없는냐”고 묻자 정색을 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외국인의 기호에 맞추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취화선’ 속에서 장승업이 마음속에 새기게 되는 한 대사는 어쩌면 ‘우리의 것’을 계속 추구해 온 임감독의 자존심과 영화 세계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그림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안에 있다. 먼저 뜻을 세워야 하느니라.”

#‘취화선’ 이런 영화

‘취화선’은 조선 시대의 천재 화가로 불렸던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렸다. 제작비는 지금까지 들어간 것만 70억원. 장승업 역을 맡은 최민식을 비롯, 안성기 유호정 등이 출연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세워진 ‘취화선’의 오픈 세트장은 한국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11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취화선’은 15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 감독상, 남녀주연상등을 놓고 세계 각국 20여편의 영화와 겨룬다. 수상 여부는 26일 폐막일에 결정된다. 국내 개봉은 다음달 10일.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