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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호재”-“악재” 치우친 해석경계…균형감 유지바람직

입력 | 2002-04-22 18:04:00


주식에 투자하려면 눈여겨봐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애널리스트들도 “금리 성장률 등 이러저러한 변수들이 향후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꼼꼼히 따져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변수들이 ‘때’와 ‘애널리스트’에 따라 호재 또는 악재로 해석된다는 점.

15일 한국은행은 올 예상경제성장률을 지난해 말 3.9%에서 5.7%로 대폭 올렸다. 이튿날 증권사 리포트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일부는 호재로 평가했지만 일부는 “경기가 과열됐다는 의미이며 곧 정부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시장은 ‘호재’편에 섰고 이날 주가는 전일보다 18.89포인트나 급등하며 오랜만에 890선을 가뿐히 넘어섰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신이 아닌 만큼 증시를 예측하려면 나름대로의 논리가 필요하다”며 “특정 변수가 상황에 따라 이렇게 또는 저렇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투자자가 직접 양면성을 해석하고 투자에 응용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상향조정되는 시점과 정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지난해 3·4분기처럼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때는 경기가 좋아지는 징후만으로도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한다. 반대로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선 정부가 경기를 억누를 수 있어 악재로도 작용한다.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행이 잠재성장률인 5% 이상으로 성장률을 예측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한국 경제가 능력을 넘어서 과열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4일 박승 한은총재가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뒤 4일 연속 빠지자 총재의 발언이 주가하락에 기여했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실제 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기업과 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투신권이 오히려 채권 대신 주식에 투자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나빠지기 때문. 신성호 한빛증권 이사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웬만큼 올라서는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가기 어렵다”며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이고 실적장세에선 한동안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른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호전〓최근 부각된 미국 증시와의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대체로 한국 증시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홍춘욱 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의존적이어서 미국 경기가 살아나야 실적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투자자의 80%가 미국계 펀드인 만큼 미국 증시가 좋아야 펀드로 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한국에서도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김승식 삼성증권 부장은 “글로벌펀드들은 반도체 업종에 투자할 때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 독일의 인피니온 등을 비교한다”며 “미국 기업의 실적이 나빠야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원자재 가격 상승〓원료가격이 오르면 해당 업종의 주가는 내릴 것이란 예측도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팀장은 “역설적으로 해당 산업이 호황일 때 원재료가격이 오르는 만큼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요 때문이 아닌 원료가격의 상승은 대체로 악재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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