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기했어 너만 사랑했어♪ 그것만으로도 부족했었나♪ 바보 같은 내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영원히 함께 있자고….’
일본 젊은이들이 모이는 유행의 발신지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의 디스코텍 ‘클럽 아시아’.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의 인기그룹 코요태의 ‘순정’이 흘러나왔다. 플로어의 젊은이들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몸을 흔든다. 이정현의 ‘바꿔’, H.O.T.의 ‘캔디’가 이어진다.
한복차림의 DJ 겸 가수 후쿠다 나나(19)가 나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여러분”이라고 인사하자 객석에서도 “안녕하세요”라며 열광했다. 그녀는 한국이 좋아 유학을 다녀온 뒤 아예 한국 노래를 부르는 밤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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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 토요일 저녁 열리는 ‘한밤(韓晩·한국의 밤이라는 뜻)’의 모습이다. 지난해 8월 한국붐을 타고 새롭게 시도된 한국식 젊음의 한마당이다. 처음엔 입장객이 40명도 안됐지만 지난달엔 360명이나 몰렸다. 열성팬들의 성화로 올 1월부터 나고야(名古屋)에서도 ‘한밤’이 시작됐고 다음달에는 오사카(大阪)에서도 열린다. 지난달 한국의 4인조 그룹 ‘샤크라’에 이어 다음달에는 자우림이 미니 라이브 콘서트를 갖는다.
‘한밤’ 단골손님 요시다 나오코(吉田奈緖子·20·대학생)는 한국 가수 이름과 제목, 노래가사를 줄줄 외운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god. “K-POPS(한국 대중가요)가 너무 좋아요. 밝고 힘이 있고요, 무엇보다도 색다르잖아요.”
한국이 일본문화를 개방한 지 3년여. 당초 일본 문화가 한국에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일본 내 한국 문화바람이 뜨겁다. 지난해 5월 일본 가요계에 데뷔한 보아가 지난달 일본 앨범차트(오리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문화 전문잡지도 잇따라 창간되고 있다. 한국가요 전문지인 ‘K-POPS’와 연예전문지 ‘핫칠리페이퍼’, 종합문화지 ‘프로포즈’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는 잡지다.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KN TV에도 일본인 신청이 늘어나 현재 가입자 2만5000명 중 60% 이상을 차지한다. 니가타현 라디오방송 FM포토는 2월부터 매주 화요일을 ‘한국의 날’로 정하고 하루종일 한국 관련 방송만 하는 등 방송계에서도 한국문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