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평균 생활비는 공식적으로 받는 월급의 2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10명 가운데 9명은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장사를 하고 있으며 일부는 월급의 580배에 이르는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탈북자 84명을 설문조사해 22일 발간한 ‘북한의 사(私)경제부문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가구당 연간 소비지출액은 2만3590원(북한 화폐·평균)으로 추정됐다. 반면 이들의 월급은 평균 94.4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탈북자의 88%는 민간시장에 해당하는 ‘농민시장’에서 장사를 했으며 적게는 월 84원에서 많게는 월 5만8300원까지 벌었다고 응답했다.
북한에서는 1995년 배급이 거의 중단되면서 농민시장에서 쌀 1㎏이 국정가격(0.08원)의 628배인 50원에 거래되는 등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매우 어렵다는 것.
불법인 사금융은 월 10∼30%의 고금리로 거래되고 차입액은 대부분 2000∼3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북한 도시지역은 주택의 10∼20%가 ‘주택교환’ 형식으로 거래되고 방 한 칸의 가격은 1만∼2만5000원 정도다. 평양은 10배 이상 비싸 방 두 칸이 25만원 수준이다.
북한의 사경제 규모는 북한 국내총생산(GDP·167억9000만달러)의 3.6%인 6억1000만달러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1980년 헝가리(3.4%), 통일 전인 1988년 동독(3.6%)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공식환율(1달러는 2.2원)보다 100배가량 높은 210∼250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민간 보유 외화는 2000년 기준 약 9억6000만달러로 유통현금 총액(북한돈 729억6000만원)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