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종합축제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니세프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어린이에게 도움의 손길을(Say Yes for Children)’이란 주제의 대회로 열기로 합의한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는 1930년 우루과이에서 제1회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 처음으로 인도주의적인 주제를 내세우고 열리게 된 것이다.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건전한 레크리에이션으로서 축구의 가치를 높이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유엔과 한일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이번 캠페인은 월드컵 기간 중 3일간을 ‘평화의 날’로 선포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이 기간만큼은 어린이를 위해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중단토록 함으로써, 세계평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분쟁지역과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분단국이자 전쟁 피해국인 한국이 ‘월드컵을 계기로 가난한 나라를 돕고 세계 어린이를 사랑하자’는 평화 메시지의 발신국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 치하에서 여자 어린이를 비롯한 전 여성의 교육과 사회활동이 금지된 상황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지하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쳐 어린이사랑을 몸소 실천한 여선생들과, 분쟁지역과 빈곤국가의 어린이들을 월드컵에 초청해 소외된 어린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자.
둘째,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 문제 해결과 경제개발을 도울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저개발국을 돕는 공적 원조자금(ODA)의 규모를 향후 5년 간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이자. 일본은 GDP의 0.2%인 130억달러를 ODA로 개도국에 지원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GDP의 0.047%인 2억달러 수준의 자금만 지원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수치라고 본다.
셋째,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1인당 GDP 1만달러 수준에 걸맞게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고 더불어 사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매달 1만원씩이라도 자기 소득의 일정부분을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자.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진정한 문화시민이 되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자.
2002 한일 월드컵 대회가 경기를 관전하거나 시청하는 사람들이 단지 축구경기를 관전한다는 기쁨을 넘어 수억 명의 소외된 이웃과 어린이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승화될 수 있다면 더욱 큰 의미를 남기게 될 것이다.
신현웅 전 문화관광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