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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투자자에게]KEC, SSTR매출 세계최고 목표

입력 | 2002-04-23 17:22:00


지난해 9월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군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회사인 KEC(구 한국전자)도 이익을 못내는 거추장스러운 사업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핵심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전략으로 투자가를 유혹한 대표적인 기업. 이 회사는 앞으로 반도체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고 올 3월까지 콘덴서 CRT(브라운관)사업 등을 정리했다. 올해는 전자기기 부문을 정리할 예정이다.

남은 힘이 집중되는 곳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소신호 트랜지스터(SSTR)와 자동차 전장 부품, 고주파 부품 등 반도체 관련 3가지 사업. 현재 판매 수량을 기준으로 세계 2위인 SSTR 사업에서는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현지 생산 현지 판매’의 원칙을 중시해왔고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5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우시(無錫)시에 반도체 웨이퍼 칩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같은 호재를 반영해 2000년 중반 이후 1만5000원 부근에서 정체상태를 나타낸 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사상 최초로 5만원대를 넘어섰고 19일에는 최고가인 5만9500원을 기록했다. 22일 현재 외국인 지분은 19.82%.

재일교포 2세인 곽정소(郭正昭·47) 회장은 “앞으로 세계 SSTR 시장에서 의지와 전략을 가진 강력한 1등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자의 사고 방식을 가진 회사는 우연히 1등이 되어도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합니다. 1등은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의지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곽 회장은 “1등이 되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약자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온 우리에게 있다”며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곽 회장도 인정하는 것처럼 증시 전문가들은 KEC가 지금까지 ‘소규모 안정형’에 만족해 온 회사였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회사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 ‘대규모 성장형’으로 탈바꿈하는지가 장기 투자의 관건이라는 것.

이에 대해 곽 회장은 “외국 회사로서 중국 민족주의의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라며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상하면서 존재를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KEC 실적 (단위:억원)회계연도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19995,64866735920005,94447137120015,56040033020025,5005504002001년은 회사 추정치, 2002년은 회사 목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