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오른쪽 앞)가 이을용의 밀착마크를 따돌리고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02월드컵을 눈앞에 둔 한국 축구대표팀 ‘히딩크 사단’이 마무리 훈련에 여념이 없는 2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이날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의 입장까지 철저히 통제된 가운데 한국대표팀의 비공개 훈련이 이뤄졌다. 대표팀의 비공개 훈련은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이 취임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대표팀의 모든 훈련모습을 언론에 공개해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날 훈련은 ‘비장의 전략’을 가다듬는 ‘비밀 훈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
훈련장 출입통제가 된 상태에서 취재진들은 숙소 뒤편 언덕 위에서, 훈련장 옆 철조망을 통해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훈련은 이미 파악한 한국의 2002월드컵 조별리그 D조 상대팀인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팀의 장단점을 토대로 가장 효과적으로 침투해 골로 연결시키는 훈련이 반복됐다.
특히 이날 비공개 훈련의 핵심은 세트플레이.‘세트 피스(set piece)’로 불리는 세트플레이는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정지된 상태에서 하는 플레이로 골과 연결시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훈련 내용이 드러날 경우 상대의 역전략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날 세트플레이 훈련은 코너킥 상황에서 정교하게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는 게 포인트. 히딩크 감독은 이날 윤정환 이천수 송종국 이을용 등 4명의 전문 키커를 중심으로 이들에게 양쪽 코너에서 번갈아 코너킥을 하게 했고 공격수 5, 6명이 골문 앞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발이나 머리로 끊임없이 골을 넣는 훈련이 계속됐다.
또 이날 전담 프리키커로 하여금 문전 프리킥 상황에서 치밀하게 약속된 세트플레이를 완성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2명씩 한 조를 이루게 해 코치가 차주는 볼을 두 사람이 경쟁을 해 먼저 골을 넣는 훈련을 반복한 것.
이날 히딩크 감독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에게는 물론 허진 언론담당관에게도 훈련내용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허 담당관은 이날 행여 기자들과의 얘기 도중 훈련내용을 발설할지 몰라 아예 훈련장소에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을 정도.
비밀훈련 전날 히딩크 감독은 “우리 상대국인 폴란드와 미국, 포르투갈에 대한 공략법을 중점적으로 훈련할 예정”이라며 “축구에서 비밀은 없는 법이지만 아주 가끔씩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었다. 히딩크 감독은 24일 오후 훈련도 비공개이며 앞으로도 몇 차례 더 비공개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등 주요 국제경기 때면 참가국들은 훈련에 대해 공개냐 비공개냐를 결정한 뒤 훈련에 임한다. 공개를 하더라도 선수들의 번호를 가리거나 유니폼을 서로 바꿔 입힌 뒤 훈련한다. 이유는 단 하나, 최대한 전력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특히 비디오카메라에 의한 훈련장면 노출은 상당한 정보를 상대에게 줄 수 있기 때문.
허정무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땐 모든 시선이 축구에만 집중되는 만큼 각 팀은 하나의 정보라도 캐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며 “세트플레이 등 전술적인 면에서 상대팀에 정보유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비공개 훈련이 필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