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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슈밥 회장 訪韓 인터뷰

입력 | 2002-04-23 18:07:00


“9·11 이후에도 세계화는 계속되며 세계화는 경제개발에 반드시 필요하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62·스위스 제네바대 교수)은 “세계경제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성이 지배하고 있지만 점점 지역을 초월한 하나의 가치로 통합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WEF의 지역회의인 아시아 경제정상회의의 내년 혹은 후내년 개최지 후보로 한국을 둘러보기 위해 22일 서울을 방문한 슈밥 회장을 23일 롯데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한국경제의 개혁과 그 성과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98년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모든 분야의 개혁이 조합된 결과다. 특히 재정·금융권의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회복속도가 빨랐던 것은 일본의 장기침체와 대비되는 강력한 소비 지출이 뒷받침된 결과다. 물론 소비는 저축의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데 한국의 저축률은 서구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금리가 지금처럼 낮게 유지되는 한 이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98년 아시아 경제위기 때 ‘아시아적 가치’가 비판받고 지역경제 회복 가능성은 회의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IMF의 권고를 정면으로 반박한 말레이시아조차 지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말레이시아도 시장개방과 외국인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국가의 장기적 정책목적이다. 다만 각 국가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단기정책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제 아시아적 가치, 서양의 가치를 따로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정부의 투명성, 부패 척결, 건실한 성장 등 어디서나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을 뿐이다.”

-9·11 테러 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는 철강관세부과 등 세계 보호무역주의 부활을 촉발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세계경제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 있다. 유럽 아시아 등은 WTO를 통해서 적법한 절차를 밟을 것이며 미국도 이 결정과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는 짧은 불황의 바닥을 치고 회복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될 것인가.

“완만한 회복기이긴 하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안정적이지 않고 추가 테러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는 회복, 불황 등 단순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결선에 진출하고 독일 러시아 등에서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빈발하는 등 세계화와 역행해 국경의 벽이 높아지는 조짐도 있는데.

“극우파라고 해서 과거의 파시즘이나 민족주의와 동일시 할 수는 없다. 르펜 당수의 유일한 공약은 ‘범죄 없는 프랑스’였다. 9·11테러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르펜 당수의 성공은 대중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는 것이 옳다. 세상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1차적 본능에 호소하는 단순한 공약이 호응을 얻은 것이다. 세계화는 경제개발에 필수적이며 절대 빈곤을 줄였다. 다만 선진국들은 좀더 안전한 세계를 위해 빈부의 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는 경제지원과 교육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세계경제포럼 이란▼

1971년 창립 이래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초 총회가 열려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9·11 테러에 맞선다는 의미로 다보스 대신 뉴욕에서 열렸다. 세계의 정계 재계 언론계 학계 지도자들이 참석해 ‘세계경제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권위와 영향력있는 유엔비정부자문기구로 성장했다. ‘국가경쟁력보고서’ 등을 통해 세계의 경제정책 및 투자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세계화와 시장개방을 주도하는 대표적 단체로 최근에는 반(反)세계화주의자들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세계 1000대 대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회원으로 참가하려면 연간 매출액이 7억달러 이상이 되어야 하고 매년 1만3000달러의 회비와 2만달러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그만큼 대기업 위주이고 참가자격도 까다로워 ‘영리적이고 폐쇄적인 사교모임’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