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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몬트리올 심포니-뒤투아 '파경'

입력 | 2002-04-23 18:37:00


영원할 것 같던 4반세기의 행복한 결합은 ‘파경’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 두 단원의 해임과 이에 반발한 악단원들의 고발, 지휘자 사의 표명으로 이어져온 몬트리올 교향악단(MSO)과 이 악단 음악감독 샤를 뒤투아의 갈등은 지난 주말 뒤투아가 확고한 사임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1977년 뒤투아의 MSO 취임 이래 ‘유리알같은 투명 사운드’ ‘기능적으로 완벽’ 등의 찬사를 들어온 양자의 앙상블이 덜컥 파열음을 낸 것은 이달초 뒤투아가 트럼펫 제1주자 등 단원 2명을 해고하면서부터. 단원들은 당장 비밀회의를 열어 뒤투아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다는데 ‘절대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단원들은 이와 별도로 “뒤가 그동안 단원들에 대해 모욕적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며칠 뒤 뒤투아가 ‘사임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MSO 자크 로랑 회장 등 악단 집행부는 악단원과 뒤투아 양쪽에 사람을 보내 무마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이는 양쪽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상황이 길어지자 일부 악단원들이 ‘그는 폭군이었다’는 등 뒤투아를 비난하는 말을 각종 여론 매체에 흘려보냈기 때문.

퀘백주 음악인 노조 위원장 에밀 수비라나는 “악단원을 비난하는 말이 많지만 뒤투아를 사직시킨 사람은 바로 뒤투아 자신”이라며 협상의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갈등이 이렇게 감정싸움으로 치달은 1차 원인은 지휘대 위에서의 온화한 표정과 달리 타협을 모르고 까탈스러운 뒤투아의 성격 때문. 단원들은 성명에서 “그는 단원들에 대한 예의를 전적으로 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스타지 전속평론가인 윌리엄 리틀러는 “그는 역사적인 ‘폭군 지휘자의 전형’이다”라고 말했다.

17일 악단원들은 다시 회의를 소집, 뒤투아에 대한 고발 계획을 취소하고 그를 다시 지휘대에 맞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투표를 가졌으나 ‘화해안’은 다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뒤투아도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23일 공연은 지휘자 에마뉘엘 크리빈이 대신 맡아 지휘하는 등 파행이 잇따랐고 MSO는 전세계의 주요 지휘자들에게 “남은 일정을 지휘해달라”는 급전을 잇따라 보냈다. 지휘자 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19일 뒤투아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이번 시즌 예정된 MSO 지휘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그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폭군 지휘자’가 음악계에서 전설은 아니다. 이탈리아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연습이 신통치 않으면 고함을 지르거나 심지어 물건을 집어던져 악단원들이 보채는 아이들에게 “토스카니니가 온다!”고 말해 울음을 그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2차대전 이후에는 토스카니니나 오토 클렘페러 스타일의 ‘독재적 지휘자’ 보다는 브루노 발터형의 ‘민주형 지휘자’가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뒤투아는 다음달 1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일본 NHK교향악단을 지휘하기로 예정돼 있다.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