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믿습니다” - 이명재 검찰총장(왼쪽에서 세번째)
한나라당은 22일 ‘노타이 시위’에 이어 23일에는 대검찰청을 방문해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압박 공세를 계속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와 박혁규(朴赫圭) 부총무, 김용균(金容鈞) 국회법사위 간사, 황우여(黃祐呂) 의원 등이 이날 오전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 사무실을 찾아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윤여준(尹汝雋) 의원의 ‘거액수수설’을 주장한 설 의원을 빨리 조사해 진위를 가려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도피 과정에 공권력이 개입된 의혹이 있는 만큼 이를 조사하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맞은 이 총장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까지 취하기도 했으나,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기자들을 물리쳤다. 이 총장은 주로 의원들의 요구를 묵묵히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총무는 “설 의원이 녹음 테이프를 공개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데, 이대로 두면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윤 의원이 검찰에 출두할 것인 만큼 설 의원도 상응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사퇴서까지 써놓고 철야농성 중임을 들어 검찰이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또 “최 전 과장의 도피과정을 보면 공권력이 개입한 흔적이 적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는 교민 제보도 많다”며 이에 대한 검찰 조사도 요청했다. 미국 당국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국인에게 6개월간의 체류 허가를 내주고, 별도의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가게 한 것은 국가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이 총장은 “모든 것을 법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있으며, 야당의 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이 총무가 전했다.
이 때문인 듯, 20분 만에 총장실을 나온 이 총무는 기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오늘 방문은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지 항의 방문이 아니다”며 이 총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박 부총무는 “총장이 알아듣도록 설명하더라. 수사 의지가 강해 보였으니 지켜보자”고 말했다.
한편 닷새째 농성 중인 윤 의원은 이날 설 의원에게 “TV 생중계 토론을 통해 국민 앞에서 진실을 가리자. 증인을 데리고 나와도 좋다”고 제안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